판소리 보존 영웅호걸담 '적벽가'가 연출가 이윤택의 화려한 볼거리로 살아난다. 국립창극단의 '적벽(Red Cliff)'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에 대한 연출가 이윤택의 일대 반격이다. 1인 소리극인 판소리 '적벽가'가 보다 보편적인 음악극으로 살아난 것이다. 보편성은 우선 감각의 확산으로 성취된다. 삼국지연의>
김경숙 명창이 작창한 부분은 기존 '적벽가'의 눈대목과 조화를 이루며 확대된 전통의 실체를 보여준다. 판소리 텍스트는 물론 창가, 시조, 가곡, 범패 등 전통 소리 양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뮤지컬 뺨치는 조명과 영상의 도움도 얻는다.
다음은 인식의 신지평이다. <삼국지연의> 가 영웅들의 쟁투라면 창극 '적벽'은 조조, 관우, 유비, 장비, 조자룡 등 호걸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군사 설움 대목' '이별 대목' 등에는 영웅에 가려진 민중의 고초가 생생히 그려져, 기존작과 뚜렷한 경계를 긋는다. 삼국지연의>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이야기로 거듭난다는 점이다. 이번 무대는 2005년 '춘향가'의 주요 대목을 모아 무대화한 '십오 세나 십육 세'에 이은 국립창극단의 '우리 시대의 창극' 시리즈 제 4편이다.
소리를 엮어내는 다양한 방식은 다음 특징이다. 민중의 소리에는 판소리를, 방통ㆍ공명 등 재사들의 소리는 클래식한 정가나 가곡을, 하늘에 제를 올리며 비와 바람을 부르는 대목에서는 기원의 노래인 비나리 양식 등을 빌었다. 국립창극단 7인의 풍성한 가락은 관객의 심사를 뒤흔든다.
여기에 각종 볼거리가 바짝 좇는다. 실감 나는 전투 장면과 힘찬 경극적 움직임을 위해 전문 경극 배우 20여명이 등장한다. 그들의 덧뵈기 춤, 상모돌리기 등은 어쩌다 명절 때나 보는 전통 연희다. 왕기석, 조영규, 왕기철 등 출연. 29일~11월 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목ㆍ금 오후 8시, 토 3시 8시, 일 3시. (02)2280-4115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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