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민속문화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였다. 46개국의 학자 300여명이 참여한 세계생활문화박물관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for Museums of EthnographyㆍICME) 2009 총회가 1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ICME는 세계 최대의 박물관 연합 조직인 국제박물관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ㆍICOM)의 산하기구로, 1948년 발족했다. 58개국의 민속, 무형문화유산, 생활사, 민족학, 인류학 전문가 및 관련 기관들이 소속돼있으며, 매년 문화다양성 진작을 목표로 회원국을 돌며 총회를 열어 현안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아시아 국가에서 총회가 열린 것은 인도(1996)에 이어 두번째다.
'화해와 평화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주제를 내건 올해 총회는 19~21일 프라자호텔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와 22~24일 안동, 경주 등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전승 현장에서 열리는 역사문화탐방으로 구성됐다.
학술대회 첫날 기조연설은 구전민속학계 거장으로 꼽히는 리처드 바우먼 미국 인디애나대 석좌교수가 맡았다. 그는 '그 어떤 기념비보다 낫다_구전 유산과 무형문화 박물관'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구전 유산의 중요성과 언어박물관의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리의 기록은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면서 "생명력이 짧은 구어를 정확하게 수집해 보존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미래 세대에게 전해주는데 필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고이치 이가라시 ICOM 일본위원회 부위원장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일본 정부의 정책과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사흘간 총 47편의 논문이 발표되는 학술대회에는 페르 렉달 노르웨이 오슬로대 문화사박물관 자문위원, 베블리 스톨치 인디애나대 인류학과 교수, 김인회 전 연세대 교수 등 민속학계 권위자들이 대거 참가한다. 특히 정치적 분쟁 지역이나 민족간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민속박물관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발표가 많다. 판소리, 대금산조 공연과 한복 전시 등 한국 전통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되며, 학술대회가 끝난 뒤에는 문화에 대한 다양성 존중을 통해 평화를 모색하자는 내용을 담은 '서울선언문'이 채택될 예정이다.
이번 총회를 주관한 국립민속박물관 신광섭 관장은 "세계의 민속문화 권위자들에게 한국의 무형유산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만 집중하느라 타 문화 연구에 제한적이었던 한국의 박물관에도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넷 프롬 ICME회장 "한국의 유산보존 시스템 공유 기대"
아넷 프롬(59) ICME 회장은 "한국은 무형문화유산 보존 분야의 선진국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회원국들이 한국의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이번 행사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박물관학 교수인 프롬 회장은 "서양에서도 구전 민속학 등 무형유산에 대한 관심이 일찍부터 존재했지만, 보존 시스템에 있어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이번 총회를 내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ICOM 총회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의 주제인 '화해와 평화를 위한 박물관'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아 다른 문화를 접한다는 것 자체가 그 문화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문화적 충돌을 줄여주고 상대주의적 입장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박물관은 화해와 평화를 위한 중요한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프롬 회장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역사적으로 많은 민족학 박물관들이 식민지 경험과 이후 경제성장을 통해 등장했다"면서 "이 박물관들로 약탈 유물을 반환하는 것은 원래 그 유물들이 속한 환경으로의 복귀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화해의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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