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뮤지컬 전용극장,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명품' 주민센터(옛 동사무소)가 들어선다. 신축 비용은 무려 855억원, 자치단체 청사 건축비에 맞먹는 규모여서 지나치게 호화롭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는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옛 부지에 2012년 3월까지 지하 5층, 지상 6층, 연면적 1만4,443㎡ 규모의 도곡1동 주민센터를 짓는다고 19일 밝혔다. 이 공사에는 부지 구입비 232억원에 공사비 573억원, 설계비 24억원, 감리비 23억원 등 855억원이 투입된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1995년 신축된 59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단체 청사의 평균 건축비는 각각 1,463억원, 325억원이다.
건축비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국내 최고수준의 시설을 갖춘 6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 등 복합문화센터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공연장이 부족한 구 여건을 감안해 주민센터를 지역발전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며 "건축비는 모두 구 자체예산으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웬만한 기초단체 청사보다 많은 건축비를 들여 한 개 동(洞)의 주민센터를 호화롭게 짓는 것이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용극장치고는 객석 규모가 너무 커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창호 서울시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내 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과 구민회관 등이 1년 중 40% 정도는 공연을 하지 않고 비어 있다. 더구나 인근 삼성동 코엑스와 잠실 롯데월드 내에 뮤지컬 전용극장이 이미 들어서 있고 한남동에도 서울시에서 2011년 개관을 목표로 전용극장 건립을 추진 중이라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강남구 관계자는 "뮤지컬 전용극장은 문화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설계 중이며 도곡1동 주민만이 아니라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공연장 규모에 대해서도 가동률 등을 고려해 객석을 줄이거나 다목적 공연시설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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