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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하는 '굿모닝 프레지던트' 장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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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하는 '굿모닝 프레지던트' 장진 감독

입력
2009.10.1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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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하는 '굿모닝 프레지던트'(전체관람가)엔 국내 영화사상 가장 많은 3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현실 정치를 곧바로 연상케 하는 새한국당, 통일민주당, 자유민주당 등의 당명도 시선을 끈다. "여자 대통령이 나오겠어요?" "시장 가서 떡볶이 먹는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등 맥락 없이 들으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대사도 쏟아진다.

외형상 다분히 본격 정치 영화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관장한 사람은 장진 감독. 그의 이름만으로도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영화적 정체성은 쉬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과 개입의 직선주로를 달리기보다 우회로를 택한다. 장 감독의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 인간미를 바탕에 둔 웃음의 잽이 넘친다. 그러나 풍자 코미디의 통렬한 한방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19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정치적인 노선이나 해석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상업영화로 정치 운동을 하려는 것이 치사해 보였다"고 했고 "만든 의도와 상관 없이 정치적 성향 때문에 관객 반쪽만 좋아하는 게 두렵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싸워야 한다면 영화 밖에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이해와 화해의 시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판타지가 아닌 이상 현실 정치를 등질 수 있을까.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우리 시대 정치인들의 모습과 정치의 현실이 투영된다. 장 감독은 "영화 속 대통령들은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여러 이미지가 겹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으로서 남편과 불화에 빠지는 한경자(고두심)는 "한명숙 전 총리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합성된 모습"이다. 어린 아이를 홀로 키우는 최연소 대통령 차지혁(장동건)은 "가정을 이루지 않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일면 맞닿는다"고 장 감독은 설명했다.

"다들 나를 '노빠'라고 하지만 너무 쉽게 아프가니스탄 등에 파병한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이 녹아 들어가 있다. 북핵 문제도 우리가 좀 더 자주외교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영화에 담았다.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고 결국 그들이 국회 안에서 보여준 행태에 대한 실망도 그렸다."

하지만 장 감독은 대통령들에 대한 바람보다 그들에 대한 이해에 영화적 방점을 찍는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대통령들은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로또 당첨금 전액 기부 여부를 놓고 잠 못 이루고, 한 청년의 신장 이식 요구에 고뇌하고, 배우자의 일탈과 이혼 요구에 당혹해 한다.

"우린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 그들은 권좌에 오르기 전 우리 옆에 있던 사람이다. 대통령이 된다고 전지전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 같이 애국심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어떤 국가적 결정을 내리느냐는 고뇌에 빠진다. 우리 사회를 좋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청와대의 속살을 엿보는 듯한 영화이지만 장 감독은 "특별히 자료를 찾아보거나 대통령의 삶을 연구하진 않았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밤 9시에 땡 하면 대통령이 그날 무얼 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자라서 대중이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의 대통령 동선을 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발 오락영화, 대중영화로 봐달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아쉬움을 비쳤다. "용산 철거민 사망 사고는 대통령이 어찌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지만 사고 뒤 행보가 참 아쉽다. 멋있는 사과가 그 어떤 업적보다 반짝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것에 좀 인색한 듯하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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