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경영대ㆍ의대ㆍ공대ㆍ로스쿨 위주로 대학을 전면 개편하면서, 경영대의 정원을 대폭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기 쉽게 말해 장사가 되는 실용학문 위주로 학교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고정된 대학정원 안에서 문과ㆍ사회ㆍ자연대는 크게 축소되든지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
중앙대의 의도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 대학들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상당 부분 사실이다. 단지 대학의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학과를 백화점 식으로 운영하면서 내실이 못 미치는 졸업생들만 양산해왔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취업에 필요한 기능인력을 키우는 것이 낫다는 게 중앙대의 생각인 것 같다. 기업이 운영을 맡은 대학답게 당장의 효율성을 고려한 파격적 발상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히 위험한 단견이다. 우리는 그 동안 여러 이유를 들어 인문학, 넓게는 사회과학을 포함한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현재 한국사회의 위기는 기능인력의 부족이 아니라 폭넓은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을 함께 갖춘 전문교양인의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중세에 시작된 대학의 원래 목적도 교양인을 기르는 것이다. 사회적 윤리와 책임감, 창조성과 미래의 비전을 갖춘 인재는 절대로 취업용 기능교육으로는 길러질 수 없으며, 기초학문의 발전 없이 국가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세칭 명문대일수록 실용교육의 한계를 인식하고 응용학문 전공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도록 하는 등 학문간 통섭을 고민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중앙대가 만들겠다는 대학은 심하게 말하자면 기업 부설 취업전문학원에 다름 아니다. 단언컨대 이는 도리어 학생들의 장기적 경쟁력을 죽이고 학교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존립에 내몰린 부실대학이라면 이런 식의 특성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대 정도의 학교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혹시라도 이런 생각이 다른 대학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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