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핵심거점인 남와지리스탄에 대한 파키스탄군의 대대적인 공격은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 정부에게 탈레반 세력에 대한 강력한 군사 작전을 종용한 결과다. 하지만 정작 미 정부 내에서는 현재 대 탈레반 전략 수정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사령관의 4만명 이상 증파 요구가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 미 정부 내 대 탈레반 전략수정론에 힘을 실어줬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잇따라 "탈레반과의 전면전을 포기하고 알 카에다 소탕과 파키스탄 안정화로 아프간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 같은 자세전환은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별개 조직으로 판단한 결과로, 정부 내 증파 반대론을 주도하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역시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당초 미국 등 연합군이 탈레반을 공격한 이유가 9ㆍ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고려해 볼 때,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현재 굳이 탈레반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는 논리다. 증파 반대론자들은 아프간 전쟁의 목적이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소탕이었던 만큼, 알 카에다 조직원이 100명도 채 남아있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늘려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탈레반과 알카에다 모두 이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공동의 적이라는 점에서 둘을 분리해 대응하려는 전략에도 한계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10개월이 지나도록 아프간 전략을 확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복잡함 때문이다.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분리하려는 미 정부의 움직임은 탈레반의 위협을 축소 인식한 결과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파키스탄 산악지대에 은신하고 있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 세력은 언제라도 연대해 더 큰 위협세력이 될 수 있음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루스 리델 연구원은 "우리는 지금껏 탈레반은 단순히 분노한 파슈툰족일 뿐이며, 국제조직인 알 카에다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리델은 탈레반 지도자 물라 마무드 오마르가 알 카에다 지도자와 여전히 연대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한다면 파키스탄 등 인접국에 은신하고 있는 무장 세력이 즉시 아프간으로 건너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탈레반 전문가인 파키스탄 언론인 아메드 라시드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연합군이 철군하면 파키스탄 탈레반은 단기간 내 세력을 확장해, 아프간 정부군 만으로 이 지역을 제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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