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외국어고 길들이기'가 가열되고 있지만 정작 외고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과부가 외고의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전환 논란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6일 열렸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교과부 국정감사 자리가 유일하다. 당시 "외고를 폐지할 계획은 없나"라고 묻는 일부 의원들의 질의에 안병만 장관이 "(폐지 가능 여부에 대한)연구 용역을 의뢰해 연말께 결과를 내놓겠다"고 한 게 전부다.
그러나 안 장관의 이 발언 이후 외고 논란은 정리되기 보다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국감 며칠 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외고를 자율고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김진표(민주당)ㆍ김선동(한나라당) 의원 등 다른 의원들도 가세하면서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관련 공무원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교과부가 정치권에 외고 대책 주도권을 뺏기는 바람에 어정쩡한 입장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고의 자율고 전환 요구가 사교육 경감 대책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 '동승(同乘)'해 목소리를 내야 했으나, '실기(失機)'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방관자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과부가 사교육 대책의 주류에서 벗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밤 10시 이후 학원심야교습 금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6월 사교육 경감 대책도 따지고 보면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와 정치권의 합작품이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교과부 내부에서 조차 정치권 등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에 대한 비판과 함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교육 대책 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교과부 사교육 담당 실ㆍ국장은 모두 옛 과학기술부 출신이다.
한 교육단체 관계자는 "사교육 대책을 다뤄본 경험이 전무한 관료들이 관련 부서를 맡고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이런 식이라면 향후 사교육 대책 수립 때 교과부는 늘 변방에 머물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교과부 흔들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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