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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통에 귀막은 주미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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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통에 귀막은 주미대사관

입력
2009.10.1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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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왜 물어봅니까. 외교활동에 관한 걸."

순간 먹먹했다. 그런 걸 왜 물어보다니... 논란이 된 미 국방부의 '이명박 대통령 평양초청'관련 브리핑 내용을 언제 접했느냐를 묻는 질문에 김규현 주미대사관 정무공사가 내놓은 답변이다. 그건 기자가 물을 수 있는 성질도 아니고, 그럴 권한도 없다는 투였다. 김 공사와의 통화는 뜻밖의 답변에 막혀 질문의 취지를 설명하다 끝나 버렸다.

민감한 외교현안이라 곤란하면'밝힐 수 없다'고 하면 된다. 그런다고 무작정 채근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외교활동'이라는 이유로 아예 질문 조차 하지 말라는 것은 좀 다르다. 그것이 옳다면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물어보라는 말인가. '공무원은 국정현안이라며, 검사ㆍ판사들은 재판에 관련된 것이라며, 기업은 남의 회사 사정이라는 이유로 알려고 하지 마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말이다.

국민 알권리와 관련된 기자들의 취재 한계는 뚜렷하지 않고 때로는 논란에 휩싸인다. 그러나 '외교활동'을 언론차단의 구실로 삼는 것은 업무의 '비밀성'을 남용하는 처사로 생각된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안과 관련한 주미대사관의 일 처리는 처음부터 논란거리였다. 청와대에서 한미간'미스커뮤니케이션'과정이 흘러나오기까지 주미대사관이 과연 적절히 대처했는지 의문이다. 또 대사관의 주요당직자들은 청와대의 16일 1차 해명브리핑 다음날까지도 미 국방부의 브리핑 내용을 모른다고 했고, 또 한 당국자는 주말이라는 이유로 미 국방부의 카운터파트와 접촉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주미 대사관의 정무공사는 전세계 한국 외교관들 중 가장 바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외교현안을 매일같이 다루려면 유연하고 열린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소통'의 의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 공사의 대답을 들으며 느낀 것은 한국 외교의 경직성이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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