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상위 30개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 76%가 해당 학교 소재지가 아닌 다른 지역 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은 1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출한 수능성적 자료를 분석한 '제4차 정책보고서'를 내고, "일부 언론이 수능성적 상위 30개 학교의 순위를 지면에 발표했는데 이들 학교가 높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선발효과'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능성적 상위 30개교 중 28개교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등이었고, 나머지 2개 학교도 광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들 학교 학생의 출신지를 분석해보니, 학교 소재의 시ㆍ군ㆍ구 출신 학생은 24%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76%의 학생들은 타 지역 학생들이었다.
권 의원은 "부모 직업과 소득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이들 학교의 성적이 좋은 중요한 이유는 종전 서울지역 외고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소득과 직업 수준이 좋은 계층의 자녀가 모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 학교간 학력 격차가 벌어진 것을 단순히 평준화 정책 실패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이 평준화 지역인 서울 금천구와 강남구의 학교 두 곳을 선정해 학력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진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해석의 오류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구는 집값 전국 2위, 부모 학력수준 2위, 학원수강률(서울) 1위, 지자체 재정자립도 전국 3위, 지자체의 교육경비보조금(서울) 2위 등의 외부 요인이 있었다. 반면 금천구는 부모 학력수준 106위, 집값 32위, 학원수강률(서울) 17위, 무료급식 대상자 92위,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77위, 1인당 교육경비보조금 24위 등이었다.
권 의원은 "두 지역의 학력차를 설명할 여러 핵심요인들이 있다"며 "평준화 지역 내 학력차를 정책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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