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각계 진보인사 110여명이 '현실정치 참여'를 위해 집결한 '희망과 대안' 창립식이 보수단체 훼방으로 도중에 무산됐다. 그러나 사전에 비공개로 진행된 창립총회는 무사히 마쳐 일단 단체의 공식 출범은 완료했다.
희망과 대안은 19일 오후 3시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기념관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내빈들과 단체 회원, 지지자 등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식을 열었다.
그러나 시작된 지 10분도 안돼 행사는 순식간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백낙청 교수가 인사말을 끝내고 내빈을 소개하려는 순간 객석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가 "이런 행사에서 왜 애국가도 부르지 않느냐.
국민의례를 한 다음 행사를 진행하라"고 소리쳤다. 그 순간 객석에 앉아있던 약 50명의 노인들이 동시에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큰 목소리로 항의하기 시작했고, 곧 단상으로 몰려들어 마이크까지 빼앗았다.
그리고는 단상 바로 앞에 앉아있던 정세균 대표 등 내빈들에게 "당신들은 왜 이 자리에 있느냐. 김대중 같은 공산당이 아니냐"며 거세게 밀어붙였다. 행사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언쟁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창립식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행사는 3시 30분께 중단됐고 참석자들은 모두 행사장을 떠났다. 정세균 대표는 "우리가 미디어법 반대운동을 할 때에도 200여분이 오셔서 행사를 방해했다"며 "반칙정부가 들어서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비판한 뒤 자리를 떴다.
보수단체인 대한어버이연합회 소속 회원들로 알려진 이들은 오후 4시께 행사가 공식적으로 취소되자 두 손을 치켜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수 차례 외쳤고, 뒤늦게 출동한 경찰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경찰은 이들 중 15명을 공무수행 방해로 연행해 조사 중이다.
한편 이들의 방해로 발언을 하지 못한 박원순 상임이사는 행사취소 직후 연설문을 공개했다. 박 상임이사는 '희망의 바다를 대안의 노로 저어갑니다'라는 제목의 연설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공학적으로만 행동하는 참모진을 물리칠 것 ▦공안기구를 앞세운 억압통치를 중단할 것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복원할 것 등 정부실패를 막을 '시무7책'을 제안하며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촉구했다.
이날 출범한 희망과 대안은 연말까지 '좋은 후보 만들기'의 구체적 기준과 추천방식 및 교육프로그램 기획안을 마무리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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