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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로 찍은 장편영화, 관객들도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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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로 찍은 장편영화, 관객들도 깜짝

입력
2009.10.1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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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뭘 또 그렇게까지'가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된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 200명 가량의 관객이 81분짜리 영화를 관람한 뒤 감독, 배우와의 대화 시간에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전계수 감독이 "이 영화는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세계 최초의 장편 영화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DSLR 카메라는 렌즈 교환이 자유로운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다. 캐논의 EOS OD 마크2로 촬영한 '뭘 또 그렇게까지'는 이날 일반 디지털 장편 영화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화질과 음향을 선보였다.

'디카'가 영화 촬영의 새로운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디카의 동영상 기능이 계속 개선돼 사진기와 영화의 만남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검은 집'과 '7급 공무원'의 신태라 감독도 최근 캐논의 하이엔드 카메라 모델인 SX1IS로, 2010년 한국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는 내용의 3분짜리 단편 '27일 후'를 촬영했다. 신 감독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비로 촬영해보자는 생각에서 디카를 택했다"고 말했다.

사진기로 찍은 영화는 아날로그 시절에도 있었다. 프랑스 출신의 유명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인 크리스 마커는 1962년 사진기로 28분짜리 영화 '방파제'를 연출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지된 화면과 내레이션이 결합한 일종의 실험영화로 최근의 디카 동영상 촬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디카 영화 촬영은 휴대성과 경제성에서 비롯됐다. 전계수 감독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디카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한 유명화가와 미술학도의 우여곡절 연사를 그린 '뭘 또 그렇게까지'의 제작비는 8,000만원이다. 최근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불면의 영화제'(Insomnia Film Festival)도 디카의 기동성과 편리성에 많이 기대고 있다. 불면의 영화제는 24시간 안에 시나리오 작성, 촬영, 편집 등을 마친 영화들을 심사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그러나 디카가 아직은 영화계의 이방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덩치 큰 삼각대 위에 올려진, 핸드백만한 디카로 영화를 찍는 모습은 일반인에게도 아직 낯설다. 신태라 감독은 "디카 앞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구경꾼들이 '지금 도대체 뭐하냐'고 종종 물었다"고 말했다.

기술적 걸림돌도 있다. '뭘 또 그렇게까지'의 배정민 프로듀서는 "메모리 카드를 자주 바꿔야 하고 기기가 쉽게 뜨거워지기 때문에 촬영에 애로가 많다"며 "아직은 주류 영화보다 실험적인 영상 촬영에 더 맞는 듯 하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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