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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노벨 평화상과 김정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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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노벨 평화상과 김정일 위원장

입력
2009.10.1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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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도 수상자를 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 그렇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첫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뒤 바로 그 해 노벨 평화상을 품에 안았다.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평생 헌신한 한국의 지도자를 세계가 인정한 것은 여전히 우리의 자랑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노벨 평화상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것은 그런 여유롭고 흡족한 마음에서가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수상 이후 9년이 흐른 올해 노벨 평화상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수상 이유 중에는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과 '중심을 되찾은 다자외교'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당연히 그의 수상은 한반도에서 북한 세습체제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의 핵무기와 6자회담, 남북분단 상황 등의 현실과 만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 수상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비판론이 비등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그러한 논란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현실의 바람직한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이유에 직접 등장했었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한반도의 화해 진전과 통일을 위한 북한 및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기여를 인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첫 남북 정상회담에 응한 김 위원장의 결정을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9년이 흐른 지금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보유를 선언한 상황에서의 한반도 현실은 오히려 '평화'에서 더 멀어져 있다. 핵무기를 손에 쥔 김 위원장의 위력은 더 막강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향후 핵협상 과정에서 핵포기 결단 없이도 노벨 평화상 한두 개쯤 더 나오게 만들 수 있다고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많든 적든 자신과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두 번의 노벨 평화상 선정에 김 위원장이 실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지만 알 길은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에 감동하거나 압박을 느껴 핵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다.

북한 입장을 대변한다는 재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보도에 접하면 전망은 좀더 비관적이 된다. 조선신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상에 부끄럽지 않게 자신부터 변화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여기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미국의 정책적 입지를 좁히고, 강도를 완화시키는 쪽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상당수의 서방 주요 언론들이 "이번 노벨 평화상 수상이 영광 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논지를 펴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향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의 각론적 실천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북한ㆍ이란 등에 대해선 핵폐기를, 러시아 등 기존 핵강국들간에는 우선 획기적 핵군축을 실현해야 하는 등 전선은 이중, 삼중으로 걸쳐 있다. 대북 관계에선 '미국과 대등한 핵보유국으로서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북 주장을 어떻게 무력화할 것이냐가 당면 과제다.

우리의 우려에 대한 해답은 미국 스스로 갖고 있는 듯 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최근 "노벨 평화상 수상이 아프간 전략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상에도 불구, 북핵 문제에서도 유연하면서도 냉철한 자세를 견지하기를 기대한다.

고태성 국제부장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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