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ㆍ일요일 밤 9시 45분에 방송되는 MBC 주말 드라마 '보석비빔밥'은 전형적인 홈 드라마의 외피를 갖고 있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5남매가 모여 산다. 비록 살림을 함께 하진 않지만 할머니와 외할머니도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통상적인 홈 드라마와는 딴판이다. 철 든 아이들이 철 없는 부모의 행실에 속상해 하고, 심지어 부모를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한다. 여느 홈 드라마처럼 가족의 소소한 갈등과 연애담을 다루며 극적 재미를 구축하지만, 갈등의 발생과 해결방식이 전혀 다른 것이다.
가족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변칙적인 홈 드라마가 주말 밤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SBS의 주말 드라마 '그대, 웃어요'(토ㆍ일 밤 10시)도 '보석비빔밥'과 비슷한 진용을 갖추고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사업에 실패해, 옛날에 운전사로 부렸던 강만복(최불암)의 집에 얹혀 사는 대기업 사장 출신 서정길(강석우)의 철부지 행동도 자식들의 분노와 반발을 자아낸다.
홈 드라마의 등장은 불황의 여파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가족의 따스한 정서를 얻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고자 하는 방송사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 홈 드라마는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 중견 배우들의 오밀조밀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끌어낼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모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실망감이 버무려지면서 변칙 홈 드라마가 등장했다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씨는 "최근 등장한 홈 드라마는 젊은 시청자를 겨냥한 측면이 강해 가족에 대한 판타지를 깨는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변칙 홈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편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주말 '그대, 웃어요'는 14.7%, '보석비빔밥'은 14.4%의 평균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40~50대는 불편할 내용이지만 젊은 세대는 공감을 나타낸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관계자는 "전통 홈 드라마인 '찬란한 유산', '솔약국집 아들들'에 비하면 좀 더 낮은 연령대가 선호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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