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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日재판 부당성' 일제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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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日재판 부당성' 일제도 알았다

입력
2009.10.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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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의거 당시 일제가 재러 한국인에 대한 재판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료가 처음으로 공개돼 안 의사 재판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이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신운용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일제의 국외 한인에 대한 사법권 침탈과 안중근 재판'이라는 논문을 토대로 "안 의사 서거 2년 전인 1907년 초 하얼빈에서 조선 민간인인 김재동ㆍ서재근의 일본 민간인 살해 사건 때 일제가 조선과 협의 없이 재외 한인에 대한 재판권을 넘겨받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인지했다"며 "이 사건을 근거로 (러시아에서) 일본으로 재판권이 넘어간 안 의사의 재판도 국제법 위반"이라고 18일 주장했다.

신 연구원이 최근 일본 외교사료관에서 입수한 김재동ㆍ서재근 사건 관련 기록에는 일본 정부의 재판 준비 과정과 이후 재외 한인에 대한 재판권 문제를 검토한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사건 직후 하얼빈 주재 일본 총영사였던 카와카미 도시히코는 러시아가 이들의 신병을 넘겨주려 하지 않자 고무라 주타로 외상에게 "(일본이) 한국인에 대해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고 하면 인도받지 않는 것이 지당하다고 사료되나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훈령을 청한다"고 문의했다.

고무라 외상은 카와카미에게 "한국인 범죄자 신병을 관련 서류 및 피해자의 재산과 함께 인도받으라"는 훈령을 내렸고, 일본 정부는 이들을 넘겨받아 재판에 회부, 사형(김재동)과 무기형(서재근)을 각각 선고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재외 한인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의 재판권 행사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듬해 이토 히로부미가 이 사건과 관련해 하야시 다다스 외상에게 "재외 한인 재판사무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이 경우 법률 관제(제정) 등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실행상 지장이 적지 않으므로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토 히로부미도 조선인이 해외에서 일으킨 사건을 일본이 직접 재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을 보여준다.

일제는 이후 안 의사의 재판권을 러시아로부터 가져오는데 이 사건을 '선례'로 삼았다. 의거 후 구라치 데츠기치 정무국장은 고무라 외상이 보낸 훈령을 떠올리고 이시이 기쿠지로 외무차관에게 "선년 재청(지난해 청나라에 있는) 영사에게 발한 훈령을 참조해 의견을 지급 바란다"며 안 의사 신병 처리를 문의하는 전보를 보냈다.

신 연구원은 "김재동 사건 전에는 일본이 재외 한국인에 대한 재판 관할권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며 "일본 스스로도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인정한 김재동 사건이 하얼빈 의거 후 일본이 안 의사의 재판권을 가져오는데 중요한 선례로 작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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