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KIA 감독은 16일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점수를 예상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묻고 싶다. 3주 가까이 경기를 하지 않은 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까지 치른 김성근 SK 감독은 그런 면에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KIA의 역전승. KIA 선발 로페즈의 8이닝 3실점 역투는 빈공을 극복한 반면 플레이오프에서 귀신처럼 들어맞았던 김성근 감독의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는 패착이 됐다.
좌타자 전진배치로 무너뜨린 SK의 투수교체
조 감독은 1번 이용규부터 4번 최희섭까지 왼손타자로 꾸렸지만 불안한 예감대로 빈타에 허덕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KIA의 좌타 라인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잘 던지던 카도쿠라를 내리고 6회 KIA 이용규 타석 때 왼손 고효준으로 교체했지만 3분의2이닝 동안 볼넷 3개와 폭투 1개를 남발하며 2실점했다.
2사 만루에서는 6번 이종범 타석 때 윤길현으로 바꿨다 역전타를 허용했고, 3-3으로 맞선 8회 1사 후 5번 김상현 때 정대현을 투입했지만 안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1~4번 KIA의 좌타자들은 2안타만 기록했지만 결과적으로 SK의 투수 교체 타이밍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뼈아픈 주루사
SK는 2-0으로 앞선 5회 8번 정상호의 사구에 이어 희생번트와 내야 땅볼로 2사 3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로페즈의 폭투가 나온 순간 3루 주자 정상호가 홈으로 쇄도하다가 태그 아웃당했다. KIA 포수 김상훈의 미트를 스치고 빠져 백스톱까지 완전히 굴러가진 않았지만 잠시 머뭇거렸던 동작이 없었더라면 충분히 세이프가 될 수 있는 타이밍. 2-0과 3-0은 천지 차이다.
이겼지만 쉽지 않다
찬스 때 집중력을 앞세워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KIA는 벤치 작전에서 미숙한 부분이 노출됐다. 6회 선두타자 이용규가 바뀐 SK 투수 고효준으로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 출루했지만 2번 김원섭에게 초구부터 번트를 지시했고, 3번 장성호 타석 때는 나지완으로 교체해 범타로 물러났다. 이종범의 적시타가 없었다면 고효준을 상대로 성급한 작전과 대타 교체였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광주=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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