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이진성(67ㆍ한양여대 명예교수)씨와 서양화가 여운(62ㆍ한양여대 교수)씨가 30년이 넘는 우정을 도자기에 담아냈다.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행당동 한양여대 행원갤러리에서 열리는 도화전 '달에 흐르는 구름'에는 이씨가 빚은 분청사기에 여씨가 그림을 그려넣은 작품 100여점이 나온다.
두 사람은 한양여대가 개교한 1975년 처음 만나 줄곧 이 학교의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이씨는 "서로 분야는 달랐지만 친남매처럼 생각할 만큼 가깝게 지냈다"면서 "2002년부터 2007년 정년퇴임 때까지 학장을 맡았을 때도 문화계 마당발로 통하는 여 교수님이 대외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제안한 것도 여씨였다. 1980년 개인전 이후 교육과 행정 업무에 매달리느라 창작 활동이 뜸했던 이씨에게 "이제 퇴임도 했으니 그간 미뤘던 전시를 할 때가 됐다"고 강권하다시피 작업을 권유한 것. 이씨는"여 교수님이 틈만 나면 작업실에 찾아와 '감시'를 하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여간 아니었지만, 그 덕에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웃었다.
이씨가 초벌구이한 분청사기에 여씨가 철가루로 그림을 그린 후 유약을 발라 다시 구워 완성된 두 사람의 합작품은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물레를 쓰지 않고 코일을 쌓아올려 만든 이씨의 분청사기는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그렇게 손맛이 살아있는 분청사기에 여씨는 나무와 산, 새, 말 등 우리의 자연과 동물을 특유의 대범하면서도 깊이있는 필치로 올려놓았다. 오랜 우정이 바탕이 되어서인지 작품마다 따스한 정감이 흐른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기운차고 대담한 젖빛, 쌀가루빛 바탕의 분청사기 위에 붉은 기운이 더해진 검정빛깔의 철이 자기 존재를 아로새겼다. 오랫동안 친숙했던 이진성의 도자바탕 위에 일필휘지의 기세로 펼쳐진 여운의 그림이 어우러지며 우리 미감의 한 정수를 얻어냈다"고 평했다.
전시에는 여씨의 유화 작품도 함께 걸리며, 전시회 수익은 두 사람이 함께 몸담아온 학교의 발전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02)2290-2547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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