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사이 서울의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우선 부쩍 늘어난 고층아파트 단지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아무리 밀고 지어도 살집이 모자란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시민의 휴식공간이 될 만한 공원도 함께 늘었다. 1999년 아스팔트 광장이 여의도공원으로 탈바꿈하더니 2002년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월드컵공원으로, 2005년에는 뚝섬 유수지 일대가 '서울 숲'으로 환골탈태했다. 2006년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에게 무료 개방된 어린이대공원에 이어 유원지를 사들여 자연공원으로 바꾼 '북 서울 꿈의 숲'이 그제 문을 열었다.
■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등 역대 서울시장이 시정 비전이나 정치적 견해는 달랐더라도 시민공원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만은 같았던 셈이다. 행정이 시민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가 공원조성이라는 인식이 늦게나마 서울의 품격을 한껏 끌어올렸다. 서울은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용마산 아차산 청계산 관악산 등이 바깥을 둘렀고, 시내에도 인왕산과 북악산 남산 등이 앉아 있다. 새로 조성된 큼직한 공원과 한강과 그 지류인 중랑천 양재천 탄천 안양천의 둔치 공원까지 합치면 벚꽃놀이는 물론이고 단풍이나 갈대, 억새 구경을 멀리 가서 할 게 없다.
■그러나 서울의 변화가 녹색철학에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심을 가로질러 주변 지역 슬럼화를 불렀던 청계고가도로를 허물고 이룬 청계천 '복원'은 시민의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갈채가 잦아든 지금, 과거에 비해 주변 경관이 시원스러워진 사실은 분명하지만 콘크리트 벽에 갇힌 인공수로는 녹색 자연의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시멘트로 빚어진 광화문 광장도 커다란 은행나무가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던 옛모습을 나날이 그립게 한다. 사람마다 눈이 달라 찬반이 엇갈린다지만, 즉각적 불만이 절반에 이른 것은 가볍지 않다.
■가을이면 양재대로 양쪽과 중앙분리대에 심어진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모습은 서울에서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지난 여름 양재사거리에서 능인선원 입구까지 중앙분리대의 은행나무가 뽑혀나가더니 지금은 온통 아스팔트로 덮였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의 일환이라니 나머지 중앙분리대도 곧 사라질 운명이다. 한강 르네상스로 둔치가 많이 깔끔해졌지만 역시 시멘트 칠이 크게 늘었다. 갈대밭을 갈아엎고 산책로 딸린 자연공원을 만든다고 법석을 떨 때 눈치챘어야 했다. "한강 둔치는 사막"이라던 한 유럽인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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