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경기 하남의 달걀 포장 업체 중곡푸른주식회사. 달걀들이 벨트 위를 지나자 연두색 물줄기가 쏟아지고 잠시 후 칙칙했던 달걀 표면에 윤기가 흐른다. 업체 대표 장경순(48)씨는 "지하수로 씻을 땐 이렇게 매끄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달걀의 변신 비결은 이산화염소수. 이는 염소나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 등 염소계 소독제 보다 살균력은 5배나 강하면서도 발암물질 등 2차 오염 물질이 없어 친환경소독제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 측정 결과 조류독감의 원인으로 꼽히는 살모렐라균이나 대장균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산화염소수를 쓴 이후 달걀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장 대표는 "자외선으로도 안 되는 '살균 달걀'을 만들어내는 보물 같은 물"이라고 말했다.
'블루 골드(Blue Gold)', 물 산업이 뜨고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새로운 개념의 기능성 물과 물 관련 첨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급팽창하는 먹는 물(생수, 정수기) 시장에서도 불꽃 튀는 '수전(水戰) '을 벌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에 물 관련 인프라가 1,000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공공 부문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물 관련 서비스 업에서 민영화가 진행되면 사업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
필터 관련 기술력을 앞세워 고부가가치를 얻고 있는 웅진케미칼이 좋은 예이다. 웅진케미칼은 4월 해수담수용 16인치 역삼투 분리막(필터) 개발에 성공했다. 이 필터는 오폐수와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데 쓰이는 것으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이다. 이 기술은 기존 수처리 공법에 비해 수질이 뛰어나고 약품 사용 용량도 적어 친환경적이다.
웅진케미칼은 3월 이 기술로 호주 비타켐사와 21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상반기에만 필터로 451억 원 매출을 올렸다. 김태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07년 511억 원, 2008년 645억 원에 이어 올해 900억 원, 2012년엔 1,547억 원을 예상한다"며 " 정수 처리를 비롯해 담수 처리 및 반도체 공정까지 고루 쓰여 공급 확대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기능성 물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산화염소수와 강산성수는 락스의 대체 소독제로 그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2007년 정부가 이산화염소수를 과일, 야채 살균에 쓸 수 있도록 허가한 데 이어 최근 정부가 횟집 수족관 소독제를 락스 대신 이산화염소, 이산화규소로 제한한 데 이어 곱창 세척에도 락스 사용을 금지, 이산화염소수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국내 처음 자체 기술로 이산화염소수 제조 장치를 만든 에코시아 관계자는 "식당, 급식소, 군 부대, 학교는 물론 식품 가공 공장, 축산농가, 양식장, 수영장, 아파트 놀이터 소독에도 쓰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선진국처럼 상하수도 등 수처리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가정용 제품을 내놓는 내년에는 2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먹는 물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2002년 2,300억 원이던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올해 5,000억 원을 넘어서고, 정수기 시장은 2003년 9,200억 원대(렌탈 포함)에서 지난해 1조6,500억원으로 커졌다.
SK가스가 '슈어'로 해양심층수 시장에 나섰고 한진그룹과 LG생활건강도 생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생수 시장 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그룹도 이에 질세라 해양심층수 '아쿠아블루'와 탄산수 '디아망'을 선보이며 선두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유호현 책임연구원은 "개발도상국, 저개발 국가에서도 물 관련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상하수도 관리가 민간에 넘어가면서 물 산업의 무대는 전 세계로 넓어지고 있다"며 "정부도 유망 핵심 고부가가치 분야인 건설, 플랜트, 기자재 등 연관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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