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비명이 절로 나왔다. 준결승에서 부러진 오른손등뼈가 문제였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 4회 우승을 눈앞에 둔 터라 최연호(28ㆍ가스공사)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마흐무드 하이다리와 격돌한 결승전. 하이다리가 왼발로 공격할 때마다 골절상을 입은 오른손에는 통증이 밀려들었다. 이를 악문 최연호는 부러진 손으로 바람을 가르는 상대 발차기를 막아냈다. 빈틈이 보이면 오른손 주먹 지르기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2-3으로 뒤진 3회 최연호는 회심의 왼발 돌려차기로 3-3 동점을 만든 뒤 연장에서도 시종일관 공세를 퍼부은 끝에 우세승을 거뒀다. 관중의 환호 속에서 퇴장한 최연호는 선수 대기실 바닥에 쓰러졌다. "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 최연호가 18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벨러호프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핀급(54kg)에서 우승했다. 2001년, 2003년, 2007년에 이어 네 번째 우승.세계선수권에서 4회 이상 우승은 미국의 스티븐 로페스(5연패)와 정국현 한국체대 교수(4연패)에 이어 세 번째다.
최연호는 예선부터 현란한 발차기로 상대를 제압해 덴마크 관중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헤비급에서 우승한 말리의 태권도 영웅 다바 케이타(203㎝)가 "최연호야말로 세계 최강의 태권도 선수다"며 사진을 함께 찍자고 부탁할 정도. 최연호는 "세계선수권 5회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올림픽 출전의 꿈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여자 핀급에서는 박효지(21ㆍ한국체대)가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박효지는 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의 조라이다 산티아고를 3-2로 제압했다. 박효지는 "한국 선수가 이기면 나오는 야유를 잠재우려고 멋진 발차기를 보여줬다"며 웃었다.
코펜하겐(덴마크)=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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