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15일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했다. 내년 1분기 정식 서명을 거쳐 이르면 7월 발효된다.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인 EU와의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중국 일본과의 FTA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구조가 대외 의존적인 우리 처지에서 FTA는 해외시장 공략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반드시 뚫어야 할 관문이다. 후속 절차 진행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한미 FTA의 조기 비준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2007년 6월 정식 서명을 끝내고도 아직껏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는 것은 미 자동차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14일 "수십 만대의 한국 차량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우리의 한국시장 침투는 장애에 직면했다"며 "기존 협정 위에서 만들어질 패키지 권고안을 갖고 가까운 장래에 한국과 다시 얘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온 미 정부가 조만간 모종의 제안을 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국제 협상의 기본 원칙은 신의와 이익의 균형이다. 미국으로선 자동차와 IT산업이 더 잠식 당할 것이라고 우려하겠지만, 농업과 의약품 법률시장 등 서비스 상품 분야의 입지가 강화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2년 4개월 전 서명이 끝난 정부 간 협상을 재개한다는 것은 국제 신뢰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처사다. 우리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FTA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미국이 먼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커틀러의 발언은 우려와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미국은 기존 협상의 틀을 바꾸는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원안대로 처리하되 자동차 부문은 별도 협상을 통해 실리를 얻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옳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 강화와 수출시장 확대에 중요한 전기가 되는 일이므로 우리도 미국이 준비 중인 카드에 좀더 전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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