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당국의 집요한 협박과 주변 압박을 받았다."
지난 13일 임기를 절반가량 남긴 채 전격 사임한 이정환(사진)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정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음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은 16일 오전 거래소 직원들에게 '퇴임의 변(變)'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취임 이후 직간접적인 사퇴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이사장직에 오른 지 1년 6개월,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임기 3년은 미친 듯 너무 길었다"며 "하루하루가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고 저 자신뿐만 아니라 임직원, 제 가족과 친인척, 심지어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한 시간이었다"고 그간 괴로웠던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가장 힘든 것은 거래소 조직 내부를 흔드는 것이었다"며 증권 관련 단체와 사외이사, 직장 내부 인사들까지 사퇴압력을 넣는데 동원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그 과정에서 배신, 하극상, 배은망덕 등의 반윤리적인 일들까지 보았다"며 '기회주의자'' 출세주의자'' 좀비' 등의 직설적인 표현으로 자신을 내쫓는 일에 앞장선 사람들을 비판했다.
이 전 이사장은 "거래소 허가주의 도입을 위한 입법 추진이 명분 있는 사퇴라고 생각했다"며 허가주의 입법안을 통과시킨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선 위원장과 법안심사소위 박종희 위원장 등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앞으로 시장참가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계속 참여하고 또한 응원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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