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수록 공기가 맑아지는 그런 자동차는 없을까?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화 하고 있다. ‘기름 떨어지면 충전하면 되고, 배터리가 방전되면 주유하면 되는’ 자동차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아키텍처가 친환경차아키텍처로 바뀌면서 자동차산업은 아나로그게임에서 디지털게임으로 바뀌는 중이다. 세계 자동차산업 판도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 위기감이 모든 자동차 기업들에 교차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투자해 관심을 모은 중국의 BYD는 전기밧데리 회사에서 이미 일약 자동차회사로 급성장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생태계에도 격동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 기아 등 전통적인 기업 외에 LG화학, 삼성SDI, 한전, SK에너지 등이 디지털화하는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자동차산업엔 토플러가 내다본 진부화된 지식(obsolete knowledge: obsoledge)의 위기가 오고 있다. 아날로그게임에서는 ‘강한 공장’이 경쟁력이라면 디지털게임은 ‘강한 연구개발’이 경쟁력이다. 아날로그시대에는 경험과 근면ㆍ성실성이 경쟁력이었다면, 디지털시대에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스피드가 경쟁력이 된다.
이런 대변혁의 시대에도 한국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암울한 모습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혁신의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해마다 노사관계에 발목을 잡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제 속도의 게임이다. 시장보다 변화 속도가 느린 기업은 사라지게 된다.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에 처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제품 개발과 제조현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게을리 한 채 지나친 분배투쟁으로 세계 경쟁기업들의 혁신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한국 자동차 노조의 맏형 격인 현대차 노조 선거에서는 15년만에 중도 실용 노선의 후보가 강경 투쟁 노선의 후보를 물리친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예고한다. 멀리 GM의 예를 들 것도 없이, 가깝게는 쌍용차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 자동차 노사는 법과 규정이 존중되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대혁신의 동반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혁신진화는 역량진화와 열린혁신이라는 두 가지 능력 구축 방안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현재의 자산 및 능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현장역량을 구축하는 조직능력구축과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여 변화역량을 구축하는 동적능력구축이 그것이다.
그런데 변화와 혁신의 속도가 빠른 디지털 시대일수록 기업 내부자원의 효율성보다 외부자원의 활용성이 더 중요해진다. 과거 아날로그시대에 내연자동차를 만든 포드의 T모델은 기업내부자원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내부성 신화’를 창조해갔다면, 미래 친환경연료의 자동차개발에는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 역할을 통해 ‘외부성 신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변화에 노조도 함께 할수록 노사상생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경제단체와 더불어 공공재를 생산하는 단체이다. 노총들도 이제 공익을 증대시킬수 있도록 공공재 개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경영의 목표는 수익이지만 기업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생존이다. 노사관계의 목표는 생존이다.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추억을 남기고 위대한 사람은 역사를 남긴다. 이제 노조 간부들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드는 결단을 기대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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