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로 얼룩진 아프가니스탄 대선의 재검표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가운데 결선투표를 하지 않고도 정정 불안을 피하는 방안으로 연정구성안이 부상했다. 1위 득표자이지만 재검표 결과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2위인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 간 연정 구성을 통해 정국 돌파구를 찾자는 게 핵심이다.
아프간에 파병한 서방국가들이 결선투표를 치를 경우의 극단적 혼란을 우려, 이 같은 구상을 압박하고 있으나 카르자이의 저항 등 변수가 많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아프간과 서방권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카르자이와 압둘라가 결선투표를 피하기 위한 연정 구성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협상 타결까지는 약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협상안의 골자는 압둘라에게 내각 주요보직을 내주고 압둘라의 참모들도 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연정구성안은 유엔선거감시단의 재검표 결과, 카르자이의 득표가 과반 밑으로 떨어져 결선투표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왔다. 파병국들은 보안 및 비용 문제, 혹독한 겨울날씨 등을 감안할 때 아프간이 결선투표를 감당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파병국들이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재검표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결선투표든, 연정구성이든 카르자이가 과반에 미달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카르자이는 최근"과반이 안되는 재검표 결과는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라"고 지시, 저항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자이가 연정구성에 동의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연정구성에 대한 미국의 어정쩡한 태도도 변수다. NYT는 미 정부가 연정구성을 그렇게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정구성은 편법에 불과하고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결선투표를 치러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당선이 확정되지 않은 후보들간 연정은 위헌논란을 부를 것이 뻔하다.
이래저래 주말로 예정됐던 '8월 대선 최종결과' 발표는 늦어지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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