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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만두 하나로 백화점서 月매출 1억 조미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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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만두 하나로 백화점서 月매출 1억 조미옥씨

입력
2009.10.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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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평 남짓 공간, 메뉴는 개당 2,000원짜리(작년 말까지 1,500원) 달랑 2종류. 그러나 월 매출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것도 4년 내리. 최고의 음식들만 자웅을 겨루는 백화점에서 만두 하나로 일군 성과(신세계백화점 단일품목 매출 1위)다. 상해식품점 왕만두 얘기다.

덕분에 왕만두를 만든 조미옥(39) 아시안푸드 대표는 업계에서'만두의 여왕'이라 불린다. 등극의 길은 험난했다. 화교3세, 여성, 어린 나이라는 3대 약점을 차근차근 뛰어넘어야 했다.'화교=짱깨'라는 편견이 죽을 만큼 싫어 교사를 꿈꿨던 그는 지금 이 왜곡된 등호의 중심에 서있다.

등극을 위한 두 가지 조건

테이블 4개, 방 한 칸 딸린 식당에서 4남매가 자랐다. 부모는 지긋지긋한 공식(화교=중국집)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날 들어오던 손님이 발길을 돌렸다. 식탁을 차지하고 TV 만화를 보는 아이들이 영 불편했으리라. 주방에 있던 엄마가 뛰쳐나갔지만 부질없었다. 엄마가 셔터를 내린 뒤 꾸지람대신 4남매의 손을 꼭 쥐었다. "너희가 돕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다." 막내(조 대표)의 뇌리엔 난생 처음 생사여탈을 쥔 '고객'이란 존재가 깊이 새겨졌다.

그날 이후 막내는 가게 일을 도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깰 정도로. 그러나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왜 사람들은 중국집을 늘 지저분하고 하찮게 여길까, 바꿀 순 없을까.' 식당(경기 안산시)은 어느새 200평으로 불어나있었다. 막내는 대만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며 착실히 교사의 꿈을 키웠다.

호사다마. 90년대 초반 부모가 아프더니 상가 주인마저 부도를 냈다. 노란 차압딱지가 도배를 했다. 법원을 쫓아다니고 청와대에 탄원서도 쓰고, 낙찰업체 임원을 만나기도 했다. 20대 여성, 그것도 화교인 그를 살갑게 대하는 곳은 없었다. 살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했다. 어렵게 가게운영을 맡았다.

주방의 텃새도 부담이었다. 심사 뒤틀린 주방장이 칼 꽂고 나가버리면 모든 게 허사였다. 새로운 메뉴개발(예컨대 기존 코스요리대신 가족세트 등), 자체상품권 제작, 시간대별 고객 분석 등 소소한 혁신을 위해선 직원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처음엔 (직원들에게) 비느라 손이 발이 되고, 칭찬하느라 침이 마르지 않았다. 명함도 사장대신 '조 대리'로 팠다. 영업이 끝나면 직원들을 집까지 차로 배웅하고, 다음날 손수 빨고 다린 유니폼을 건넸다. 성과급도 챙겨줬다.

그리고 함께 꿈을 꿨다. "여러분도 다 사장이 되자!" 20대 초반 여 사장의 열성은 직원들을 자극했다. 매출이 10배로 뛰었고, 4년 뒤 상가를 사버렸다. "어제와 다른 오늘, 간절하면 된다"고 했다. 단 고객과 직원을 바라보면서.

맛의 비결은 맛만이 아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만들어서 대한민국 최고라는 백화점에서 팔자'는 목표를 세웠다. 만두 개발을 위해 중국으로, 온 동네 식당으로 찾아갔다. 주변의 반대가 심해 2003년 타고 다니던 차까지 팔아 만두설비를 샀다.

직원들과 더불어 전국 각지의 백화점 행사를 돌면서 입맛을 기록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담백하고 깔끔해서 또 먹고 싶은, 향수를 자극하는 만두'가 답이란 자신감을 얻었다. 1년 고생 끝에 A4용지 3장짜리 기획서를 백화점에 냈지만 반응이 없었다.

메뉴개발은 쉬지 않았다. 다시 1년 뒤(2005년) 백화점에서 연락이 왔다. 인터넷 등에 알음알음 맛이 알려진 덕이다. 수십 가지 만두를 다 보여준 뒤 왕만두가 낙점을 받았다. 담백한 육즙(특허), 속과 겉의 절묘한 배합, 만두 피에 담긴 기술, 특별한 참기름이 맛의 비결.

그러나 조 대표는 한가지 더 들어있다고 말한다. 다름아닌 연출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만두 빚는 과정, 일본 등 해외사례와 트렌드를 공부해 녹여낸 유니폼 인테리어 포장 등은 섬세하게 고객을 끌어당겼다. 기존 만두 포장 팩보다 300원 이상 비싼 종이 팩을 쓰는 것도 손님이 만두를 담아가면서 행복감을 느끼라는 배려란다.

그는 현재 상해식품점을 비롯해 샹하이문 뮬란 상하이객잔 등 다수 브랜드(매장 160여 곳)를 보유한 외식업체 사장이다. 한국중화총상회 부회장이란 직함도 얻었다. 성공반열에 올랐지만 그는 아직도 궁금하다. "고객과 직원이 원하는 건 뭘까?"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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