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제 세종시 논란 해법 마련의 틀을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여론을 살핀 뒤, 이명박 대통령 또는 정부가 최종 입장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연내에 마치니 마니 하는 얘기는 이르지만, 가급적 빨리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뒤에 숨고 정 총리를 앞세워 계획 수정을 위한 바람을 잡고 있다는 등의 설이 무성한 상황에서 청와대의 생각을 분명히 한 것은 일단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방향과 의견 수렴 과정이다. 어떤 방향이든 충청도민에게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백 번 옳다. 그러나 방향을 정해 놓고 몰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실제로 청와대 주변에서는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대상 부처를 9개에서 5개로 축소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무게는 백지화에 실려 있다는 것이다.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세종시 계획 수정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잘 알다시피 행정중심 복합도시로서의 세종시 계획은 두 차례의 헌재 결정과 여야 합의에 의한 법안 통과로 만들어졌다. 이 법에 근거해 주민 이주와 토지 보상이 이뤄졌고 기반공사를 거쳐 일부 청사의 건설도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의 핵심인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명품도시 건설이 행정부처 이전을 통한 행정복합도시 건설 방안보다 현실성이 있다는 근거도 없다.
우리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여론 수렴을 통해 합의한 원안을 뼈대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해왔다. 그것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거나 세종시의 핵심을 수정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미디어법 파동을 능가하는 정치적 사회적 파문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그런 부담을 감당할 힘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순리를 좇아 해결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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