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존스 지수가 1만 선을 회복하고, 대형은행들의 실적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등 미국 경제는 일단 회복세로 돌아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침체극복의 온기는 과연 미 경제 전체에 골고루 미치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투자 분위기가 살아나자 골드만삭스 등 투자 중심 은행들은 빠르게 불황 이전의 달콤함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빚에 쪼들리는 서민 경제에 발목을 잡힌 씨티그룹 등 소비자 중심 은행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은행의 3분기 실적 차이가 금융(월스트리트)과 실물경제(메인스트리트) 경기의 심각한 명암을 반영한다" 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분기 순익 31억9000만弗 '깜짝실적' 불구
소비자 금융에 발목 잡힌 씨티그룹은 사실상 적자 여전
이날 발표된 골드만삭스 3분기 실적은 놀랍다. 활발해진 자금시장 덕분에 골드만삭스는 31억9,000만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3배나 늘어났다. 투자은행들은 무분별한 투자로 경제위기를 불러왔음에도 불구, 외환과 채권 등 각종 금융거래 건수가 늘어나자 실물경기보다 앞서 '회복'의 단물을 들이켜고 있다. 반면 대출이자에 기대는 상업은행 중심의 씨티그룹 3분기 실적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하다. 비록 분기 순익 1억1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주주들의 보통주 전환비용을 감안하면 씨티그룹은 주당 27센트의 손실이 발생한 '적자 상황'에 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는 "소비자금융이 씨티그룹 단기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모기지가 일부 안정되고 있지만 소비자금융 침체가 끝났다고 볼 수 없다"고 FT에 밝혔다.
불황의 주범인 골드만삭스 등 투자 중심 은행들은 실물경제에 앞선 회복세에 힘입어 불황이전 임금 수준을 어느새 넘어섰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회복의 '과실'을 소비자들에 앞서 투자 금융사들이 거둬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실적발표에서 공개된 골드만삭스의 임금명목 유보금(2009년 1~9월)은 167억 달러.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4억 달러보다 46%나 늘어난 것인데 9월까지 1인당 평균 52만7,000 달러를 받은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자에서 "올해 골드만삭스 직원들의 임금은 평균 연봉 66만1,490 달러였던 2007년 수준을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미기업연구소(AEI)의 애널리스트 노만 온스타인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10%를 향해가는 상황에서 엄청난 실적의 골드만삭스는 상당한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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