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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 세계화·식량위기…"실천으로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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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 세계화·식량위기…"실천으로 맞서라"

입력
2009.10.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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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즈키 등 지음ㆍ한경희 옮김/검둥소 발행ㆍ588쪽ㆍ2만5000원

인류의 내일을 위협하는 것은, 지구 종말 모티프의 여러 영화들이 떼지어 손가락질하듯 가공할 외계생물체나 우주의 비듬이 아니라 바로 인간 자신이라는 지적은 그리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인간의 몸이 특수한 여러 세포들의 절묘한 균형으로 영속하는 유기체 총합이듯, 우리의 행성 역시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일종의 슈퍼 유기체를 이뤄 균형의 매트릭스를 유지한다는 지난 세기의 과학은 이미 상식이다.

문제는 '어떻게'다. "그래서 어떡하면 되냐"는 양심적 지성의 절망적인 물음에, "그러니 어쩌란 말이냐"는 자본적 이성의 냉소적 항변에, 이제는 당위와 원론이 아닌 현실적이고도 실천적인 응답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는 무력한 것이 아니라 단지 게으른 것 뿐"이라고 답한다. 그러니 생태혁명과 같은 기적의 알약을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 아는 것을 실천하는 데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면 된다고 저자들은 충고한다.

지구가 유기체로서의 생명체이듯, 지구를 병들게 하는 병인들도 서로 연결돼있다는 게 저자들의 인식이다. 세계화, 환경오염, 빈부격차, 자원고갈, 유전자 조작, 과학에 대한 막연한 낙관, 실상을 은폐하거나 보도에 불성실한 미디어 등등이 서로 밀고 끌고 당기면서 거대한 지구파괴ㆍ미래파괴 기계의 부품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녹색혁명 초기 인도네시아 발리에는 최첨단 기술의 국제미작연구소에서 개발한 다수확 벼 품종 IR-8이 도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벼멸구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어 IR-36으로 대체됐다. 농민들은 토착품종 재배가 금지당했고, 관개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큰 빚을 져야 했다.

하지만 이 품종 역시 다른 벼 바이러스의 먹이가 되었고, 다시 PB-50 품종을 도입하지만 도열병에 쓰러진다…. 이 악순환은 발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또 벼농사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세계화의 병리는 그 화려한 미래의 약속과 과학의 위세에 눌려 미디어로부터 외면당한다.

저자들은 일상에서 자본의 거대한 기획에 맞서온 작지만 부지런한 실천 사례들을 풍성하게 소개한다. 원숭이로 태어나 이미 슈퍼맨이 된 현생 인류의 슈퍼 파워는 세계 강대국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다자간무역협정의 발목을 10년 넘게 붙들어 온 바로 그 힘이기도 하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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