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최근 브리핑을 통해"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면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해 논란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18일 "한미간 정보교환 과정에서 이야기가 잘못 전달돼 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며 정상회담 제의설을 일축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다음 단계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아주 최근에야 북한의 도발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런 것(도발)이 우리 행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일어난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제 그런 국면은 끝나고 우리는 갑자기 유화 국면에 들어섰다"면서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으며,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평양에 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 방북 초청이 언제,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등 구체적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청와대는 정상회담설을 부인하는 브리핑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 8월 서울을 방문한 북측 조문단과의 대화와 최근 한∙중 정상회담 등에서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될 경우 정상간 회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북측의 의견 제시가 있었고, 우리 정부도 이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얘기가 오간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원론 수준의 언급에 대해 미 국방부 관계자가 오해한 데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이 대통령은 언제든지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면서도 "그러나 만남을 위한 만남은 안되며 특히 정치적∙ 전술적 고려를 깔고 진정성 없이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서둘러 해명했지만 적잖은 의문점이 남는다. 미 국방부 측이 민감한 사안을 확인 작업 없이 발표했을까 하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기 전에는 정상회담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 우리 정부측에서 제의 자체를 무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가설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설사 북측에서 정식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더라도 현재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조기에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