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 속에 회화적 느낌을 구현하는 조각가 박선기(43)씨의 개인전이 서울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한쪽 공간은 숯을 활용한 작품들로 꾸며졌다. 거대한 나무판 위에 연필로 바탕을 칠하고 숯을 붙여 만든 소나무숲의 모습은 수묵화같은 느낌을 준다.
나일론줄에 수백개의 숯을 매달아 5개의 연속적인 물방울을 형상화한 작품(사진)은 공간 속에 그린 그림 같다. 그는 "처음에는 돌을 소재로 했는데 숯이 지닌 에너지와 동양적 느낌에 매료돼 15년 전부터 숯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의 다른 쪽은 의자나 가방, 책, 찻잔 등 일상의 물건들을 납작하게 표현한 '시점' 연작들로 꾸며졌다. 조각에다 회화의 원근법을 인위적으로 집어넣어 눈을 교란시키는 작업으로, 나무 위에 흰 칠을 하거나 겉을 태워 검게 만들었다. 물질이 아닌 형태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형상을 나무로 입체화한 '무한놀이' 연작은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것이다. 27일까지. (02)732-4677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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