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세종시 원안 수정안을 관철시키려면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이 이에 찬성하거나 최소한 적극적 반대는 하지 않아야 한다.
한나라당 전체 의석(167석)에서 친박계(60석 안팎)의 표가 분산되면 민주당(83석)과 자유선진당(17석) 등 야당의 반대를 넘는 것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선 30% 안팎의 고정 지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논란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와 관련해 7월 몽골 방문때 "엄연한 약속이므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국민 사이에 신뢰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원안 추진 입장을 밝혔다. 이후 그는 9월 초 기자들을 만나 "이미 입장을 밝혔다"고 한 뒤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18일 "박 전 대표 입장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수차례 약속하고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입법 과정까지 거친 정권 차원의 약속인 데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도 있다"며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박 전 대표가 현재로선 수정 쪽에 손 들어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행정 비효율 때문에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김무성 의원)는 수정론보다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과의 신뢰를 깨는 비용이 더 큰 게 아니냐"(이혜훈 의원)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친박계의 입장은 박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약속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2005년 3월 당 대표로서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켜 준 법이라 스스로 수정에 찬성하는 것은 부담이고, 대선을 생각하면 충청권 민심도 생각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엔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충청권이 만족할 만한 대안을 내놓는다면 박 전 대표가 원안 수정에 대해 소극적 찬성 또는 암묵적 동의를 하는 선에서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친박계 의원 중에도"절대 수정 반대"를 고집하는 의원은 극소수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친박, 친이의 문제가 아닌데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청와대와 당 차원에서 먼저 공식 안을 내놓는다면 그 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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