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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9월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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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9월 장원

입력
2009.10.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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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9월 시 장원에 변혜지(안양예고)양의 '말을 위한 병원'이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서는 박서영(안면중)양의 '무당벌레',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서민주(부천여고)양의 '이강백의 파수꾼을 읽고', 생활글에는 권시우(경신고)군의 '새벽, 흐릿한 상념들'이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말을 위한 병원

-변혜지

오늘밤은 입을 다물기로 하자

검고 축축한 혀를 입안에 가두고

표지판에 적힌 목적지따윈 보지 말기로 하자

불구가 된 말을 가방에 넣은 채

소리내지 않고 택시를 타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기사는 강변을 달리고,

강변의 바람을 맞고 달리다, 불현듯

택시에서 내리자

택시에서 내리면

피가 흐르는 이마를 손으로 훔치며

멈춘 택시를 향해 지갑을 던지자

오늘밤은 지갑을 잃어버리자

지갑과 목적지 따위는 던져버리고

불구의 말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병원으로 들어가자

간판도 호수도 적혀있지 않은,

낯선 병동으로 들어서고 또 들어서자

문까지 엉금엉금 기어가 입으로 문을 돌리고

당신의 말을 꺼내보이자

불구가 된 표지판이 바람에 나부끼고

바닥에 떨어진 지갑이 묵묵히 사라지는데,

오늘밤은, 입을 다물기로 하자

불구의 말들은

검고 축축한 혀를 입에 가두고,

불구의 택시를 타고

불구의 강변으로 날아가자

불구의 병원에 담겨,

엉금엉금 입으로 문을 열고

오늘 밤의

검고 무뚝뚝한 입으로 들어서자

● 심사평

이 시는 하나의 말로부터 출발하는 독특한 문제의식을 가진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표현이나 심상은 없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언제나 하나의 '대상'을 차지하고 있는 말, 언어에 시적 초점을 맞춘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시는 어떤 질문을 꼭 품고 있습니다. 분방한 상상력을 갖고 있는 이 시의 화자는 '말을 위한 병원'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묻고 있습니다.

김경주ㆍ시인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09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문학관 글틴(teen.munjang.or.kr)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02)760-4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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