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놓고 "찌르겠다" 아니라 "찔러보라"고 해도 협박죄

흉기를 앞에 두고 "찌르겠다"는 말이 아니라 "찔러보라"는 취지의 말을 했더라도 일반인의 기준으로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언행으로 보아 협박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ㆍ흉기 상해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윤모(51)씨에 대해 협박죄 부분을 무죄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원심 법원인 서울북부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윤씨는 지난해 6월 맥주병을 깨뜨려 친구의 귀를 찌르고(상해), 4개월 후 다시 만난 친구가 "너도 한번 당해 봐라"고 말하자 과도를 가져와 "네 마음대로 해 봐라"고 말한 혐의(협박)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언행은 과도로 가해를 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이해되기에 충분하고 일반적으로 상대방이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로 해악을 고지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실제로 해악을 실현할 의도나 욕구를 가졌는지는 협박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심은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윤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협박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집행유예 기간을 2년으로 줄였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