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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 듣기평가 등 폐지로 '폐지론'에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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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 듣기평가 등 폐지로 '폐지론'에 맞대응

입력
2009.10.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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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를'사교육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전환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권의 고강도 압박에 외고 측이 '입시안 손질'로 대응하고 있다. 일부 상위권 외고는 외고 입시의 핵이나 마찬가지인 영어듣기시험을 2011학년도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외고 측은 "자율고 전환 요구는 학생 선발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밀어붙이려는 정치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외고의 자율고 전환이 가능한지 검토한 뒤 연말 쯤 정부 입장을 내놓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외고, 영어듣기시험 폐지 검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외고를 자율고로 바꾸기 위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이후 다른 의원들도 동조하면서 '외고 폐지'움직임에 힘이 실릴 기미를 보이자 외고 측은 다급해졌다. 일부 상위권 외고는 영어듣기시험 폐지, 내신ㆍ입학사정관제 중심 전형 등 급조한 듯한 입시 개선안을 내놓고 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입학생 성적이 가장 뛰어나고, 이른바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학생이 전체의 70%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대원외고가 가장 먼저 나섰다. 대원외고 측은 현 중학교 2학년생이 치르는 2011학년도부터 영어 듣기시험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원외고 측은 18일 "영어듣기 시험을 없애고 총 입학정원의 35% 가량을 학교장 추천을 통해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영외고 이화외고 등도 불필요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입시안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호법 대일외고 교장은 "다음달 말까지는 사교육비 경감이 어느 정도 가능한 2011학년도 입시요강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고측, "자율고 전환은 불가"

상위권 외고를 중심으로 입시 개선안 마련 논의는 가시화 하고 있는데 비해 정치권의 자율고 전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택휘 한영외고 교장은 "사교육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글로벌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고를 폐지하거나 자율고로 전환해서는 안되며, 외고를 통역관 키우는 곳쯤으로 생각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희진 서울외고 교장도 "외고를 없애려는 것은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평준화 시대에 외고는 학생들 실력 증진에 공헌해 왔으며, 사교육 유발만을 이유로 외고를 폐지한다면 정말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고 자율고 전환을 반대했다.

외고 측은 다음달 18일 열리는 외고 교장협의회 총회에서 입시 개선안 및 자율고 전환 여부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영어 듣기시험 등 사교육비를 유발하는 일부 전형안을 뜯어 고치는 식으로 외고 폐지 화살을 비켜갈 크다.

자율고 실제 전환 가능성은 희박

교육계는 참여정부때도 여러 차례 논란이 일었던 해묵은 외고 폐지 논쟁이 재연되자 외고가 실제로 자율고로 바뀔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외고를 특성화고의 일종인 자율고로 바꾸는 내용으로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자율고 전환을 신청하는 외고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한 입시전문가는 "사립 고교는 공립 고교와 달리 강제로 자율고로 전환시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특히 외고의 경우 학생 선발자율권이 부여된 학교 형태여서, 외고 스스로 자율고 전환을 신청하지 않는 한 강제로 전환시키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과부가 6월 일반 사립고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율고 전환 신청에서도 사립고 측의 외면으로 무더기 미달사태를 빚은 바 있어 '반쪽 자율고' 지적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고의 자율고 전환 문제는 결국 외고 측이 사교육비를 확 줄일 수 있는 입시안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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