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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은 스포츠처럼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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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은 스포츠처럼 못하나

입력
2009.10.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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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에 좋은 소식이 자주 들린다.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얼마 전에는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20세 이하 월드컵 8강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우리가 8강전에서 3대 2로 아깝게 패한 가나 팀이 결국 우승을 했으니, 우리 실력이 8강 이상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 가지 씁쓸한 것은 스포츠계와 비교하여 학계의 성과는 세계적 수준에서 훨씬 더 멀다는 사실이다. 학문의 성과를 노벨상으로 논하는 것은 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인이 후보로 거론되는 분야가 문학상 하나뿐이라는 점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인재 발굴과 경쟁이 성공요인

물론 1차적으로는 나와 같은 교육자들의 책임이다. 한국 대학이 재정적인 면에서 외국 대학에 비해 훨씬 불리한 여건이고 학문적 축적도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불리함은 스포츠계도 똑같이 안고 있기에 구차한 변명인 것 같다. 정말 한국의 교육계는 무엇이 문제일까?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학계와 스포츠계에는 차이가 있다. 만일 재능이 뛰어난 어린 축구선수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각 명문 중ㆍ고교 축구팀에서 앞다퉈 스카우트 하려고 할 것이다. 어린 선수는 명문 중ㆍ고교 팀에 들어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코치들에게서 직접 지도를 받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같은 팀 동료 선수들도 전국에서 선발된 우수한 재목들이어서 같은 팀에서 함께 경기하면서 배우는 점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주 벌어지는 지방 및 전국 규모의 대회에 참가하여 다른 팀과 치열히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오거나 제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 꾸지람을 듣고 이를 고치게 될 것이다. 대학과 프로팀 감독과 코치들도 자주 열리는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재능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처를 받게 될 수 있다. 어린 선수들 중에서 재능이 뛰어나서 프로팀이나 국가 대표팀에 들어가는 경우는 극히 소수일 것이고 대부분의 어린 선수들은 중간에 꿈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치열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세계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축구대표팀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모든 명문 중ㆍ고교 축구팀이 해체되고 한국의 축구선수는 20세가 되기까지는 무조건 동네 조기 축구회 이외의 곳에서는 축구를 할 수 없으며 다른 지역 팀들과의 경기가 모두 금지된다 해도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의 교육계에는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학생은 그저 가까운 학교에 배정되고, 학교별 수능성적 비교 등 학력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 이유는 어린 학생들이 지나치게 일찍부터 고생하는 것을 막고, 나아가 미리부터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물론 설득력 있는 이유이다.

'조기 축구회' 방식은 재고해야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의 학문적 수준이 세계의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고등학교 정도에 이르면 국내 제일의 뛰어난 학생들을 모아서 국내 제일의 뛰어난 교사가 지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능이 있거나 없거나 그저 모두 조기 축구회에서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한다면 더 행복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 한국 스포츠가 이룬 것과 같은 성과를 학문적 분야에서 이루기를 원한다면 아무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지나친 노력은 조금 줄일 수밖에 없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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