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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정부의 '빚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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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정부의 '빚 떠넘기기"

입력
2009.10.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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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규율은 국가재정의 장기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운용의 기본 규칙이다. 재정 규율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재정 총량과 관련되는 준칙이다. 우리나라 국가재정법은 재정수지 균형을 명시적인 준칙으로 규정하였으나, 2004년 이후 우리 정부는 GDP대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비율을 OECD 국가와 비교하며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

IMF 이후 재정규율 벗어나

재정 총량 준칙이 의미 있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개념이 국가재정 전반을 적절히 반영하여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재정의 안정성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경제정책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진다. 지금 이 같은 우려를 씻기 힘든 상황이다.

외환위기 직후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정리기금과 에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기금이 부담하는 104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정부는 이 채권을 보증하였으나, 정부 보증과 금융성 기금은 국가 재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104조원을 재정적자에 반영하지 않았다.

5년이 지난 2003년, 이 가운데 49조원이 정부의 직접채무로 전환되었다. 정부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12조원의 국채를 발행하여 부실채권 정리기금과 예금보험기금의 채권상환 기금으로 지출하였다. 이 12조원은 이번에도 재정적자에 반영되지 않았다. 공적 자금의 국채전환 소요액은 관리대상 재정수지에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1997년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부담한 재정비용 49조원은 1998~2006년 어느 해에도 재정적자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 금액은 2007년부터 매년 2조원씩 25년간 보전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2007년 이후 재정적자에 반영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의 재정적자를 미래의 재정적자로 전가하는 또 다른 사례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을 들 수 있다. 2005년 본격 시행된 임대형 민자사업(BTL사업)은 현재의 재정부담을 미래로 전가하는 전형적 사례이다. 민자사업 시설물은 민간기업의 자금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국가재정과 무관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시설물이 준공되면 정부는 임대료 명분으로 매년 할부금을 갚아야 한다. 시설물을 확보하는 현재의 정부는 생색을 내지만, 나중에 빚을 갚아야 하는 미래의 정부는 곤욕을 치른다.

정부가 현재의 재정부담을 교묘하게 미래로 전가하는 회계를 냉소적 표현으로 '독창적 회계(creative accounting)'라고 한다. 많은 국제기구가 정부회계에서 독창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일관된 재정통계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강제력을 가진 정부의 정책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비록 공공기관이라도 정부로 간주하여야 한다. 둘째, 정부보증으로 미래 재정부담이 거의 확실한 민자사업은 금융리스로 간주하여 추정 융자금을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영리위주로 운영하는 공기업은 재정범위에서 제외되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정책사업은 반드시 재정 통계에 포함되어야 한다.

임기응변 재정운용은 위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재정의 전체 그림을 알지 못한 채 임기응변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2009년 3월 IMF는 '국가재정의 현주소(The State of Public Finance)'에서 금융위기의 재정비용에 주의를 환기시키며, 재정통계 지침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거듭 경고했다.

옥동석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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