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처럼 8, 9월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최상위권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코스피지수가 10월 이후 맥을 못 추고 있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미국 뉴욕 증시의 상승세 영향으로 오전 큰 폭으로 올랐으나 오후 들어 상승폭을 대부분 내줬다. 이에 따라 10월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0.8%로 미국 다우(5.3%), 일본 닛케이(2.6%)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불행히도 이런 디커플링 장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대신증권은 이 날 내놓은 분석자료에서 "글로벌 증시와의 괴리 현상이 장기화하지는 않겠으나 연말까지는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유는 속락하는 원ㆍ달러 환율과 주춤하는 이익개선 추세. 양해정 연구원은 "올해 들어 14일까지 원화기준 코스피지수는 46.6% 올랐으나, 환율 하락으로 달러화 기준으로는 상승률이 66.3%에 달한다"며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지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그만큼 줄었다"고 밝혔다.
또 2010년에는 한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의 수익성 회복세가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 역시 한국 증시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장세에서 가장 합리적인 투자법은 뭘까.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개인적 선호 등 감정적 요소를 배제한 채 객관적 이익 추정치로만 실적 개선 기업을 골라내는 '퀀트'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퀀트(Quant)란 수학 모델을 이용, 개별 기업의 수익지표와 시장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에 근거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실제로 퀀트 방식 투자는 초과수익률을 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대우증권 퀀트팀이 9월 이후 총 8번에 걸쳐 추천한 80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1주 후 평균 수익률은 코스피지수(코스닥 종목은 코스닥 지수 대비) 보다 2%포인트 높았고, 2주 후에는 2.5%포인트, 14일까지는 4.1%의 초과 수익률을 냈다. 또 80개 종목 중 실제로 오른 비율도 82%에 달했다.
대우, 대신, 토러스증권 등은 이날도 각각 다른 기준이기는 하지만 '퀀트' 방식으로 고른 유망 종목을 추천했는데, 대부분 실적 호전주들이다.
대우증권은 매출액 전망이 긍정적이면서 최근 이익전망도 상향 조정된 종목을 중심으로 한솔제지, 삼성전자, 녹십자 등을 우량 종목으로 제시했다.
조승빈 연구원은 "하반기 이익전망을 토대로 분석한 것인 만큼 연말까지는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토러스증권은 KH바텍과 삼성전기 등 전월 대비 실적전망이 상향 조정된 20개 종목을 추천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증권사가 다른 기준으로 골라낸 종목들이 30% 이상은 겹친다는 점. 한 관계자는 "선별 기준을 다르지만 주가는 실적호전과 연관이 크다"며 "각 증권사가 공통적으로 고른 종목 위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3개 증권사 퀀트 선별종목의 교집합에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KH바텍, 한국타이어, 녹십자, 한전 등이 포함됐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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