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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쉬~ 물렀거라! 클래식 고급 신사복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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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쉬~ 물렀거라! 클래식 고급 신사복의 부활

입력
2009.10.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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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열린 축하 행사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번쩍 들어 인사했을 때 벌어진 양복 재킷 안쪽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브랜드명이 매스컴의 관심을 끌었다. 이탈리아 고급 수제 신사복 '까날리'였다. 전범으로 사형당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도피 시절, 미군이 그의 아지트를 급습했을 때 태그(tagㆍ상품소개서)도 떼지 않고 포장째 쏟아져나왔다는 바로 그 브랜드다.

오바마의 까날리 양복을 두고 후보 시절엔 싼 옷만 입으며 서민 대통령 풍모를 과시하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값비싼 해외브랜드 옷을 입고 나타났다는 비판도 상당했던 터. 오바마 바람 덕인지 그 까날리가 지난달 국내에 재 런칭했다. 그러고 보니 까날리뿐 아니다. '톰 포드' '브리오니' '필립 림' 등 고가 럭셔리 브랜드의 신사복이 올 가을 속속 국내에 입성하거나 운영 업체를 바꿔 재런칭했고 여성복 '앤디 & 뎁' 역시 신사복을 새로 선보인다. 경기 침체와 비즈니스 캐주얼의 정착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신사복 시장에 드디어 볕 들 날이 오는 걸까.

고가 남성복 브랜드들이 줄줄이 입성한 서울 압구정동의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요즘 시장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반색했다. 올 들어 계속 역신장했던 신사복 부문이 8월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9월엔 회복세가 완연했다. 남성복 전체의 매출 신장율은 8월 4%에서 9월 두 배 이상인 9%로 뛰었고, 특히 신사 정장 부문은 7월 9% 역신장에서 9월에는 7% 성장으로 반전됐다. 고가 제품군인 명품 신사복도 매출 증가율이 7월 1%에서 9월 10%로 뛰었다.

신사복의 급상승은 세계 패션계의 풍향계가 '클래식의 부활'쪽으로 급격한 커브를 그린 덕이다. 여성복에서 1940년대풍의 레이디라이크 룩(ladylike lookㆍ숙녀다운 정장 스타일 패션)이 인기를 얻으면서 남성복에서도 클래식의 멋스러움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앤디 & 뎁의 남성복 디자인을 총괄하는 김석원 대표는 "요즘 패션의 대세는 클래식이고 남자들도 변덕스러운 유행 대신, 원류로 돌아가 정통 신사복의 귀족적인 멋에 빠질 만큼 클래식 감성이 높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사복이 부활한다고 해서 신사복 전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즈니스 캐주얼이 대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개성과 네임 밸류를 갖추지 못한 신사복 브랜드는 여전히 언제 '지하철 브랜드'로 전락할지 앞길을 기약할 수 없는 신세. 여성복에서 평범한 직장 여성 취향이었던 커리어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캐릭터 브랜드들이 득세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다만 브랜드 파워와 디자이너 감성을 갖춘 경우 '멋도 입어 본 사람이 낸다'는 정설대로 비즈니스 캐주얼에 식상한 멋쟁이들의 선택을 받을 확률은 확실히 높아졌다.

올 가을 선보인 고가 브랜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까날리이다. 75년 전통의 이탈리아 정장 브랜드로 원단 액세서리 소품 등을 100% '메이드 인 이탈리아'로 생산한다. 창업 이래 한결같이 100% 비접착 방식(캔버스라 불리는 고급 소재를 상의 내부에 부착해 제품의 실루엣과 착용감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고난이도 제조 방식)을 고집하는 품격 있는 브랜드지만 가격대는 한 벌에 300만~500만원대로 고가 수입군에서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지난달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했는데 비슷한 가격대의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매장이 붙어있는 것을 반대했을 정도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

90년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영광을 가져온 인물로 평가되는 디자이너 톰 포드의 정장 브랜드 톰 포드도 지난달 갤러리아백화점 이스트관에 입점했다. 고가 상품군인 정장 및 의류 판매 비중이 67%여서 입점 2주일 만에 럭셔리 브랜드 중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패션 전문 기업 신원이 올 가을부터 영업권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브리오니도 올 가을 영업을 한층 강화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1,000만원대의 맞춤 라인이 정통 수제 신사복의 위상을 드높이는 중이다. 필립 림은 뉴욕 컬렉션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미국 디자이너로 남성복과 여성복을 같이 선보이는데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널이 국내 영업권을 확보, 직수입 판매한다. 16일 서울패션위크에서 앙코르 쇼를 열고 같은 날 청담동 단독 매장을 오픈한다.

앤디 & 뎁은 미니멀 클래식을 주제로 한 신사복 라인을 역시 16일 서울패션위크에서 처음 선보인다. 앤디 & 뎁의 강점인 소재와 칼라의 다양성을 신사복에서도 구현하는 것이 목표. 김석원 대표는 "실크메쉬이나 린넨 등 남성복에는 잘 쓰이지 않는 독특한 소재와 한국인의 체형을 살린 패턴 등으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신사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앤디 & 뎁 신사복은 내년 봄부터 백화점과 편집숍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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