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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스킨스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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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스킨스쿠버

입력
2009.10.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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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이 은은한 반 뼘 크기의 물고기 10여 마리가 눈 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낮잠을 자는 양 지느러미만 하늘거리며 바위 옆에 머물던 노란 물고기가 손을 내밀자 코웃음을 치듯 휑하니 자리를 떴다. 바위 아래 고운 모래 위로 머리를 내민 꽃게가 불청객이 내는 소음이 불쾌한 듯 모래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12일 경북 울진군 원남면 덕신해수욕장 앞바다는 헤아릴 수 없는 생명들이 내뿜는 활기로 가득했다. 옅은 비취빛 바다를 노니는 원색의 물고기들은 하나하나가 빛을 뿜는 것처럼 눈에 들어와 박혔다.

해수욕장 북쪽 방파제를 한 바퀴 도는 150여m 코스, 최대 수심도 4m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자는 난생 처음 해 보는 스킨스쿠버 다이빙의 묘미에 푹 빠져버렸다.

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은 쉽지 않았다. 수경 너머로 보이는 물속 풍경이 가슴을 옥죄어 왔다. 중학교 시절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곳 수심은 기껏해야 1.5m, 다리에 힘을 줘 일어서면 이 답답함을 벗어날 수 있는 깊이다.

그러나 강사의 손이 머리를 눌렀다. 다시 생각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손을 머리 위로 뻗어 강사의 손을 잡고 물 위로 솟구쳐 올랐다. "선생님 왜 이러십니까."

스킨스쿠버 경력 25년인 한민주 아쿠아마린 대표의 얼굴에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여기서 멈추면 더 이상 교육은 어렵습니다"라는 엄포가 뒤따랐다.

'가슴이 답답해 숨을 쉴 수 없는 걸 어떻게 하라는 소리냐'는 짜증이 밀려왔다. 서울에서 5시간을 달려왔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물에 대한 공포, 어차피 한번은 극복해야 할 일이었다. 산소통과 연결된 호흡기(Regulator)를 다시 입에 물었다.

이번에는 한 대표와 서로 어깨를 누르며 무릎을 굽혀 물로 들어갔다. 두려움을 주는 물속 풍경보다는 그래도 사람 눈을 마주 보는 게 편했다.

한 대표의 주문대로 숨을 가슴통이 커지도록 깊게 들이쉬었다 뱉었다. 그렇게 10여 차례의 호흡, '숨만 잘 쉬면 죽지는 않겠다'는 안도감, 산소통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싹텄다.

그런데 물속에서 호흡기를 뺐다가 다시 물란다. 산소가 바닥나 다른 사람의 호흡기를 번갈아 사용할 때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게 이유였다. 내친 김에 물속에서 수경을 벗었다 다시 쓰고 물을 빼는 기술까지 도전했다.

코까지 덮는 스킨스쿠버용 수경에서 물을 빼려면 코로 공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고개를 치켜들고 공기가 위로 새지 않도록 수경 윗면, 이마가 닿는 곳을 지그시 눌러 주면 코에서 나온 공기가 위부터 차면서 수경 밖으로 물을 밀어낸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신 뒤 일정한 압력으로 공기를 뿜는 게 포인트다. 기본 훈련을 끝냈다. 그것도 그토록 두려워하던 물속에서….

한 대표가 방파제 바깥쪽으로 길라잡이를 섰다. 무릎과 발목의 스냅으로 오리발을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부랴부랴 뒤를 따랐다. 그렇게 따라가기를 3, 4분.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한참 위에 수면이 있었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머리가 돌에 부딪혔다. 살짝 부딪혀 아프지는 않았지만 수경으로 물이 들어왔다. 당황한 나머지 코로 숨을 들이쉬자 바닷물이 울컥 목을 타고 넘어왔다. 이어지는 기침. 수경에서 물을 빼는 기술을 써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물 위로 올라가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구명조끼처럼 생긴 부력조절기 끝의 '에어 인' 버튼을 눌렀다. 부력조절기에 산소가 차면서 몸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생긴 것은 구명조끼지만 산소통과 연결돼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부력을 조절하는 장치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물에 둥둥 뜬 채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참 기침을 해 댔다. '왜 한눈을 팔았을까'라는 반성과 함께 오기가 생겼다. 다시 도전. 부력조절기의 '에어 아웃' 버튼을 눌러 공기를 빼면서 다시 바다로 들어갔다.

수심계 바늘이 4m를 가리키고 있었다. 얕은 곳과는 확연히 다른 경치가 펼쳐졌다. 곳곳에 솟아오른 바위조차 예의 회색이 아니었다. 붉고 푸른 수초로 덮여 바위 자체가 붉고 푸른 빛을 발했다.

그냥 특별할 것도 없는 방파제 앞 바다에 이런 절경이 숨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 위의 경치만 감상하고 돌아섰을 그 방파제 아래에서 기자는 연신 탄성을 내뱉고 있었다.

'역시 도전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아래 풍경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스킨스쿠버에 도전하세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울진= 허정헌기자 xsope@hk.co.kr

사진=울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 스킨스쿠버 공인 교육센터 70여곳… 초급과정 4일

여름 휴가철은 지나갔지만 스킨스쿠버 다이빙은 지금 제철이다. 찬 바람이 분다고 해도 11월까지는 물이 따뜻하고 볕도 좋아 물속 풍경을 감상하기 최적의 시기이기 때문.

바다속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로 마음먹었다면 제철이 가기 전 서두를 일이다. 게다가 경북 울진군, 강원 강릉시, 전남 여수시 거문도, 제주 등 해저 풍경 좋기로 소문난 포인트가 전국 곳곳에 산재해 매번 다른 바다를 만날 수 있는 매력까지 갖췄다.

스킨스쿠버 교육 기관은 셀 수 없이 많다. 세계적인 다이버 교육기관인 PADI(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 공인 교육 센터가 국내에만 70여 곳에 이른다. 세계적인 기관의 인증을 받은 교육 기관인 만큼 교육 내용은 거의 동일하며, 그 내용 또한 체계적이다.

초보자 교육부터 강사 양성까지 하고 있는 아쿠아마린(www.scubain.com)의 경우 초급(오픈 워터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 취득을 위한 4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주차 토요일과 일요일 스쿠버 풀에서 2~4시간 실습을 한다. 이론은 풀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으로 이뤄지며 일요일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2주차는 해양 실습으로 국내·외 선호하는 곳을 선택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간 4회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해양 실습 비용을 제외한 비용은 15만원. 이 업체는 평소 시간을 낼 수 없는 바쁜 사람들을 위해 초급 자격증 취득을 위한 3일 집중 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 원남면 킹스톤 다이빙 리조트에서 숙식하면서 이론과 해양 실습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비용은 58만원(숙식 포함)이다. 1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초급 자격증을 딴 후 20회 이상 잠수한 경력이 있으면 중급(어드밴스트 오픈 워터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다.

필수과목인 수심 30m 안팎의 심해 다이빙, 수중 항법 외에 보트 다이빙, 동굴 탐사, 야간 다이빙, 수색 및 인양, 난파선 탐사 등 선택과목 가운데 3과목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발급받는다. 대상은 15세 이상이며, 비용은 30만원.

정기적으로 다이빙을 즐길 생각이라면 몸에 맞는 장비를 마련하는 게 좋다. 가격은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다이빙 슈트, 부력조절기, 호흡기, 오리발 등으로 구성된 한 세트에 200만~300만원이면 쓸만한 장비를 마련할 수 있다.

한민주 아쿠아마린 대표는 "다른 레포츠와 달리 스킨스쿠버 장비는 초·중·고급용이 따로 없어 한번 사면 평생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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