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전과 이후를 가로지르며 진보 성향의 시민ㆍ사회 운동을 펼쳐온 각계 인사들이 정당과 시민단체의 중간 성격을 띤 새로운 정치운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일차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어제 창립총회를 가진 '희망과 대안'(가칭)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백승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함세웅 신부, 수경 스님 등 저명인사 12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희망과 대안'이 "가치와 권력의 연결", "시민과 국가의 통로", "제도 정치권과 시민의 연합" 등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지향점이 모호하다. 당면 활동과제 가운데 '정치연합을 모색하기 위한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공동 논의ㆍ협상 기구 마련' 등은 신선하지 못하거나 자기 역할기대가 과도하다는 느낌도 준다.
다만 그 동안의 제도 개선과 부패 정치인 청산 운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람직한 인물과 정치구도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새로운 의미의 시민운동'이라는 설명에서 구체적 활동상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그에 걸맞은 후보자의 요건을 설정하고, 적합한 인물을 발굴해 정치권에 추천하고, 그런 후보에 대한 선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다. 과거 시민단체가 벌였던 공명선거 운동이나 낙천ㆍ낙선 운동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치권에 대해 더욱 능동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자세다.
'희망과 대안'은 한국 정당정치의 한계와 시민단체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들은 야당이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결집해 표출하지 못한 데 따른 공백을 메우려고 한다. 한편으로 다른 많은 시민운동 단체의 정치화 바람에도 불구하고 비정치적 시민단체로 버티며 도덕적 힘을 과시했던 '희망제작소'조차 정치상황에 따라 흔들릴 만큼 기반이 취약했음을 드러냈다.
이왕 출범한 '희망과 대안'의 존재 의미는 기성 정치권의 흠을 메워 시민운동의 건전한 공간을 넓히는 것이다.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수많았던 정치 외곽세력의 하나가 될 뿐이어서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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