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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도 비운을 예감했을까/ 해인사 성보박물관, 무병장수 빌었던 두루마기 등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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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도 비운을 예감했을까/ 해인사 성보박물관, 무병장수 빌었던 두루마기 등 공개

입력
2009.10.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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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2년이면 인조반정 1년 전이다. 광해군도 자신의 안위가 불안했을 것이다. 마침 경남 합천 해인사가 법보인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장경판전 수다라장을 중수했다. 광해군(혹은 그의 측근)은 일상복인 두루마기와 왕비 유씨의 장저고리, 상궁의 단저고리를 수다라장의 중도리 나무 홈 속에 넣는다. 옷고름과 안쪽에는 육신의 강녕을 비는 '을해생조선국왕수만세(乙亥生朝鮮國王壽萬歲)'라는 글도 적어 넣었다.

1962년 장경판전을 보수하면서 발견된 이 유물은 궁중복식 연구의 가치를 인정받아 중요민속자료(제3호)로 지정됐고, 곧 해인사 성보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됐다. 지난해 문화재청은 그 베짜기를 비롯한 염색, 바느질 등 제복(制服)과정 일체를 전통 방식에 따라 복제했다.

해인사 성보박물관은 발굴한 지 근 50년 만에 이들 원본과 복제본을 대중에게 내보이기로 했다. '광해군 복식전'이라는 이름의 전시는 17일부터 11월 22일까지 37일간 열린다.

이 비운의 군주가 무병장수의 서원을 위해 선택한 옷의 명칭은 '청색운보문단 솜 중치막'이다. 곤룡포가 아닌 관복 안에 껴입는 두루마기 형태의 궁중의 겨울 일상복이라고 한다. 그 서원이 통했던지 그는 이듬해 폐위됐지만 강화도와 제주도로 유배지를 바꿔가며 1641년(인조 19년)까지 명을 잇는다. 성보박물관장 관암 스님은 "전시의 부제를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라고 달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광해군뿐 아니라 올해 서거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함께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목판서화가 이산 안준영씨의 작품 70여 점과 문하생 23명의 작품 46점도 함께 전시된다. 관람객은 고목판ㆍ목판화 찍기, 한지 벽걸이액자 만들기 등 체험도 할 수 있다고 박물관측은 밝혔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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