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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돌고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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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돌고돌고

입력
2009.10.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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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책을 사백 권으로 제한하기로 했다는 파울로 코엘료의 글을 읽었다. 친구들에게 교양을 과시하려고? 벽이 허전해서 장식용으로? 그는 수많은 책을 왜 집에 모셔놓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과거에는 자료 때문이라도 책을 가까이 두어야 했지만 요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 인터넷이 있기에 필요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 예로 그는 집에 두고 와서 펼쳐 읽을 수 없는 보르헤스의 시를 오 분 거리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웹 검색으로 찾아 읽는다. 주인이 죽고 나면 결국은 무게 단위로 팔아치워질 걸 알기에 그는 책을 다 읽고 나면 다른 이들에게 여행을 떠나보낸다. 오늘도 수십 개의 정보를 찾느라 인터넷을 이용했다. 인터넷이 없다면? 상상도 할 수 없다.

원하는 것 이상의 답을 얻을 때도 있지만 단 한 줄의 자료도 찾지 못하기도 한다. '보르헤스'에 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간단한 프로필조차 뜨지 않는 단역 배우도 많다. 사진 대신 이미지 준비중이란 단어가 떠 있다. 며칠 전 필요한 자료를 찾아 이곳저곳 헤매고 다녔다. 입에 맴맴 도는데 떠오르지 않았다. 정보는 많았지만 찾는 건 없었다. 그러다 누군가 쓴 산문에서 그 정보를 찾았고 쓰고 있던 글을 마칠 수 있었다. 대체 누구일까. 글쓴이가 궁금했는데 바로 몇 년 전 내가 한 잡지에 실은 기행문이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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