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이탈리아군이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돈을 주고 주둔지의 평화를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주둔지를 인계받은 프랑스군은 방심하다 탈레반의 공격으로 대참사를 겪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프랑스군은 지난해 7월 아프간 수도 카불 동쪽 사로비 지역을 이탈리아군으로부터 인계 받았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보부가 이 지역 탈레반 지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수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평화를 유지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
매수된 평화를 알리 없는 프랑스군에게는 비극이 닥쳤다. 지난해 8월, 프랑스군은 근처 우즈빈 계곡 정찰에 나섰다. 2개 소대 약 60명의 소규모에 소총과 두 대의 기관총만 동반했다. 이탈리아군 주둔 때와 같이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오판이었고 결과는 가장 처참했다. 탈레반 170여명의 매복 공격으로 프랑스군 10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한 것. 사망자 대부분은 손발이 잘렸고, 탈레반들은 전리품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해 프랑스 국민들을 경악케했다.
앞서 미국 정보부는 아프간 서쪽 헤라트 주에서 이 같은 일이 있다는 사실을 전화 감청을 통해 알게 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군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국내 비판과 철군 논란 등 정치적 곤경을 피하려고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로마 주재 미 대사는 비공식적으로 항의를 했다. 나토군 관계자는 "외교분쟁을 피하려 이탈리아에 비공식 항의했다"고 밝혔고 또 다른 나토군 장교는 "동맹군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국방부 측은 "주장 자체가 터무니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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