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딥(double-dip)경기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논쟁이 뜨겁다. 가까스로 회복세에 접어든 한국 및 세계 경제가 곧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는 것.
과연 한국 경제는 더블 딥 수렁에 빠지게 될 까. 본보는 15일 경제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전문가 대다수는 깊은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완만한 경기둔화 즉 '스몰딥(small-dip)'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블 딥 가능성
전문가 20명 중 더블 딥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한 사람은 3명(윤석헌 한림대 교수ㆍ윤창현 시립대 교수ㆍ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뿐. 대부분 전문가들은 더블딥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다. 통상적으로 "두 번의 침체 중에 나중 침체가 더 골이 깊을 때 더블딥이란 표현을 사용하는데"(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그런 전형적 더블딥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응답이 6명에 달했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는 비교적 중립적 답변을 했다. 경기가 마이너스 침체 상황으로 돌아서지는 않겠지만 회복 강도가 크게 둔화되는 '스몰딥' 상황은 가능하다거나, 더블딥 가능성이 많지는 하지만 대비는 해야 한다는 것.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더블딥은 온다 안 온다 전망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적절한 대응 여부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경제 회복 변수
그렇다면 더블딥 여부의 최대 변수는 어떤 것일까. 1차적으로는 세계 경제, 그중에서도 미국 경제의 회복 여부에 달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특히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문제나 또 다른 숨겨진 금융 부실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국내적으로는 민간 소비와 투자의 회복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혔다. 김창대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 효과의 지속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민간 회복 여부에 한국 경제가 달려 있다"고 했고, 장 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도 "민간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가계 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많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가계 부실이 우리 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 패턴
전문가들은 더블딥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면서도,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경제 회복 패턴에 대해서 20명 중 8명이 '완만한 U자형'을 꼽았다. 긴 경기 바닥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주 서서히 회복될 것이란 진단이다.
나이키형이나 루트형 회복을 예상한 전문가도 각각 6명, 5명에 달했다. 형태가 다소 다르긴 하지만, 초기에는 다소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나중에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지금까지의 빠른 회복세와 달리 앞으로 상당히 더딘 회복을 하는 루트형 회복이 유력하다"고 했다. 'V자형' 급속한 회복을 전망한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금리 인상 시기
출구전략, 즉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연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 전문가는 20명 중 5명.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기준금리가 2%이고 물가가 3%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라며 "이 정도 금리정책은 경제가 패닉 상태에 있을 때 적절한 것인 만큼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HMC증권 상무는 심지어"부동산 가격 버블 등을 감안하면 이미 금리 인상 타이밍이 늦었다"고 했다.
그래도 가장 우세한 답변은 내년 상반기. '내년 초' '내년 1분기''내년 상반기' 등을 포함해 8명의 전문가들이 적정한 시점으로 꼽았다. 장 민 실장은 "경기 회복세가 어느 정도 지속되는 내년 1분기가 적정한 시점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밖에 내년 하반기 이후에 금리를 올리는 게 좋다는 의견도 4명에 달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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