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저히 약 없으면 식욕억제가 안돼요. 푸리민이란 약을 한 번 먹어보라고 하던데 어떤 약인가요?" "친구가 푸리민을 추천했는데, 향정신성이라 효과가 '직방'이라 하던데요." "제 경험상 펜타민 제제가 제일 효과가 좋았어요." "전 푸링계열이 잘 맞더라구요."
다이어트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포털 카페에서 최근 회원들이 주고 받은 댓글들이다. 2만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이곳 카페에선 회원들이 서로 다이어트 약을 추천하는 등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일상적 풍경이다.
하지만 푸리민, 푸링 등은 모두 마약 성분이 함유된 식욕억제제다. 중독성이 강하고 우울증 등 부작용이 우려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고도비만 환자에게만 단기간 처방하도록 권고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다이어트 정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카페 회원들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생긴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복용 첫날 잠을 잘 못 잤어요. 하지만 정말 식욕이 뚝 떨어졌어요.(중략) 한 1.5kg 줄었어요. 저한테는 '디에타민'은 진짜 효과 최고였어요." 한 네티즌이 마약류의 약을 복용하고 그 증상과 효과까지 친절히 설명한 약 복용기다.
장기 복용시 부작용이 우려되는 마약류 약을 먹어서라도 살을 빼겠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효과를 본 약 복용기를 인터넷에 상세히 올리는가 하면, 구입 방법 등 불법 거래 정보까지 버젓이 주고받는다.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으로 여성들끼리 마약까지 권유하는 시대가 됐다.
식욕억제제를 통한 다이어트에 나선 여성들은 초반에는 슬리머, 리덕타민 등 일반의약품을 찾지만,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 점차 강도가 센 마약 성분의 약품을 찾는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다. 대표적인 약품이 푸리민, 푸링, 디에타민, 아디펙스 등으로 펜타민이나 펜디메트라진이라는 마약 성분이 함유돼 있다.
게시판에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구하는 게시물을 올려놓은 A(28)씨는 "처음에는 일반 약품을 먹다가 효과가 없어져 10개월 전부터 푸리민을 복용해왔다"며 "부작용이 걱정되긴 하지만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이 약품에 대해 고도비만 환자에게만 처방하고, 한 달 이상 처방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00병원이 쉽게 처방을 해줘요" "대신 처방전 받아주실 분 찾습니다" 등 이런 약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과 불법 구매를 문의하는 글들이 넘친다.
이런 여성들을 노려 약을 불법 판매하는 약사나 병원 관계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푸리민, 푸링 등을 몰래 판 박모(31)씨 등 약사 2명과 간호조무사 조모(2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는 도매상에서 푸링을 알당 1,000원에 구입한 뒤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알당 2,000~3000원을 받고 여대생, 주부 등에게 팔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살빼는 약' 불법 거래로 검거된 사람은 지난해 75명에서 올해는 9월까지 131명으로 급증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김혜린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에 마약류 약에 손을 대지만, 이 약품들이 중독성이 강하고 우울증 환청 불안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살 빼려다 몸을 아예 망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