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회사에 근무하는 이은주(26)씨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남다르다. 상사와 마찰이 있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의 라이프스타일숍으로 내려간다.
2만~3만원대 열쇠고리며 디자인문구, 어른용 장난감,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잠깐 졸 때 배게로 사용하거나 등에 받치기 딱 좋을 예쁜 쿠션, 액세서리 등을 구경하다 보면 짜증이 싹 가신다.
이씨는 "친구들과 만날 때 아예 라이프스타일숍을 약속 장소로 정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약속시간에 일찍 도착했을 때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며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한 데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양한 디자인 소품과 인테리어 용품들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숍이 뜨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숍은 문구류 중심이었던 팬시선물점과 비교적 고가인 가구 및 인테리어전문점이 합쳐진 형태. 최근엔 각종 공연과 전시, 카페 등의 이벤트 및 공간을 마련해 복합 문화쇼핑 공간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1992년 교보문고 자회사인 '핫트렉스'가 처음 영업을 시작했고 지난 99년 '코즈니'가 압구정동에 첫 매장을 열면서 본격적인 라이프스타일샵 문화를 열었다.
현재는 이랜드가 운영하는 '모던하우스', 온라인 디자인전문쇼핑몰에서 출발해 2004년 대학로점을 내며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텐바이텐', 올 가을 대성산업이 들여온 프랑스 브랜드 '프랑프랑' 등이 성업중이다. 지난 13일에는 미국과 국내에서 활동한 인테리어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만든 감도 높은 스타일숍 '도데카'도 영동대교 남단에 문을 열었다.
이들 라이프스타일숍의 장점은 간단한 쿠션이나 액세서리, 의류, 가방류, 아이디어 소품을 비롯해서 조명등, 가구류, 카펫, 테이블웨어 등 주방용품, 앤틱 라디오류의 디자인 가전 등 인테리어 제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는 별천지라는 것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1만원 안쪽의 소품부터 2,000만원대의 조명기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무엇보다 고객친화적인 환경이 특징이다.
300평 이상의 넓은 매장에 5만개 이상의 품목을 전시해놓고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만져보고 걸쳐보고 들어볼 수 있게 했으며 업체에 따라서는 카페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등을 설치해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어른들의 놀이터'라는 말이 실감난다.
물론 라이프스타일숍도 각자의 컨셉에 따라 매장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세계 각국의 독특한 디자인 상품을 소개하는 도데카는 유명 사진작가 김중만의 음반컬렉션을 비롯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국의 디자인 듀오 코미티가 1년에 딱 8점씩만 생산하는 조명등,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히말라야산 캐시미어를 사용해 스웨덴에서 제조한 스카프와 파시미나 숄 등 독보적인 컬렉션을 자랑하면서도 매장 한쪽에 카페와 음반 시청시설을 마련, 품격이 있는 문화공간 같은 분위기를 꾸몄다.
도데카 전현수 부사장은 "국내 들어와있는 수입제품들이 너무 비싸고 매장은 너무 고압적이라는 데 충격 받았다"면서 "늘 새롭고 남다른 상품을 적절한 가격에 소개하면서 고객들이 와서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매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핫트렉스는 10~20대가 전체 고객의 70%를 차지하고 팬시 문구류가 주 상품인 현실을 감안, 각 매장에서 인디밴드 뮤지션을 초청하여 공연하는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대중에게 알려지지않은 실력파 뮤지션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자리로 17일에는 강남점에서 '다이브 인투 유'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텐바이텐은 대학로점에서 취미문화 강좌인 '핑거스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DIY에 관심있는 젊은 고객들을 겨냥한 것으로 비누만들기, 한지 등 만들기, 이니셜 목걸이 만들기 등 각종 소품 제작이나 커피강좌가 열린다. 또 코즈니는 매장 한쪽에 포토존을 설치해 매장을 찾는 친구나 연인끼리 매장안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핫트렉스 관계자는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옷차림보다는 생활공간이나 디자인상품들을 통해 취향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며 "라이프스타일숍들의 인기는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앞으로도 관련 브랜드나 매장이 급속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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