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의 허재(44) 감독은 경기 전 "똑같은 질문을 하는 전화에 시달려 어제는 아예 받지도 않았다"며 "한 두 번 만날 것도 아닌데 일부러 져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감독실을 찾은 농구 관계자들은 허 감독에게 "오늘 지면 무조건 져 준 걸로 알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사령탑으로 만난 '20년 지기' 강동희(43) 원주 동부 감독과는 중앙대와 기아자동차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한국 농구의 중흥을 이끈 '단짝'. 강 감독의 프로 감독 데뷔전 상대가 허 감독이 되면서 숱한 화제를 낳았다.
뜨거운 관심을 모은 선후배 대결은 강 감독의 완승으로 끝났다. 동부가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10 KCC 프로농구 공식 개막전에서 마퀸 챈들러(26점)와 김주성(20점 8리바운드)의 활약을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 KCC를 89-79로 대파했다. 허 감독을 상대로 사령탑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강 감독은 경기 후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다. 코치 때보다 신경 쓸 부분이 많았는데, 강팀 KCC를 상대로 공수에서 유기적으로 잘 돌아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KCC는 하승진이 16점으로 분전했지만 리바운드를 3개밖에 잡아내지 못했고, 마이카 브랜드(8점) 아이반 존슨(10점)의 부진이 뼈아팠다.
1쿼터에서만 김주성이 파울 3개를 범하며 위기를 맞은 동부는 챈들러와 이광재의 활약을 앞세워 전반을 44-39로 리드한 채 마쳤다. 김주성이 본격적으로 투입된 3쿼터부터 동부는 화려한 공격으로 KCC 수비를 무너뜨렸다. 52-46으로 앞선 3쿼터 6분52초를 남기고 김주성이 골밑슛과 앨리웁 슛으로 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손준영의 드라이브인으로 58-46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1분여를 남기고는 이광재의 3점포와 윌킨슨의 자유투로 69-54, 15점 차로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1순위로 뽑힌 KCC의 혼혈 가드 전태풍은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워 1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외국인선수가 1명만 뛸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뀐 첫 날 토종 센터들의 큰 비중이 입증됐고, 바스켓 근처 노 차징(No charging) 구역의 설정으로 공격자 반칙이 현격하게 줄었다.
전주=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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