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민주당이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여부를 놓고 갈갈이 찢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증파 결정 시기가 임박해지자 '증파 불가피'와 '절대불가'를 외치는 목소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여권 내 후유증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에는 전쟁예산을 좌지우지하는 민주당의 상ㆍ하원 두 세출위원장이 논란을 증폭시켰다. 대니얼 이노우에(하와이) 상원 세출위원장은 "아프간 현재 상황을 볼 때 스탠리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평가는 정확하다"며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4만명 이상 증파 요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2차대전 참전용사이기도 한 이노우에 위원장은 지난주 아프간을 방문, 현지를 실사한 뒤 13일 밤 귀국했다. 그는 "추가병력으로 게릴라를 소탕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노우에 위원장의 성명이 나온지 몇시간도 안돼 데이비드 오베이(위스콘신) 하원 세출위원장의 입에서 정반대의 주장이 나왔다. 오베이 위원장은 "국민의 뜻은 대규모 파병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어떤 책임있는 파트너도 갖고 있지 않으며 파키스탄과 아프간 정부라는 두 잡초 사이에서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두 세출위원장은 전쟁 예산을 심의하는 의회 내 최고위급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상ㆍ하원이 협의중인'2010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에는 증파 예산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이노우에 위원장은 1,000명을 증파할 때마다 매년 10억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증파 규모를 놓고 언론도 춤을 추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요청규모에 훨씬 못미치는 1만3,000명을 추가파병하는 것을 비공개리에 승인했다고 14일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언론들은 이는 확인된 내용이 아니라고 전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4만명 이상 증파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이드 자와드 주미 아프간 대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결정은 다음주 슬로바키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회의에 맞춰 내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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