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남측이 북측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시비를 건 것은 최근 남북 간 대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위협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술'을 추구하는 데 맞서 자신들도 '강온 양면 전술'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남측이 임진강 수해 방지, 적십자 관련 남북대화를 제의한 12일 동해안에서 지대지 미사일 5기를 발사한 적이 있다.
그리고 14일 임진강 관련 실무회담이 끝나고 16일 적십자 접촉을 앞둔 상황에서 이날 해군사령부 명의로 "결코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남북대화에 임하기는 하지만 건질 게 없으면 언제든 강경 모드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위협 수준으로 볼 때 이번 입장 발표가 매우 높은 강도는 아니다. 북은 지난 5월 2차 핵실험 강행을 전후해 "남측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한다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서해 5개 섬 주변 수역의 안전 항해를 담보할 수 없다"(5월27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성명)며 더 강경한 입장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PSI 가입 이후에도 별다른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엄포에 그쳤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위협도 남북대화 국면에서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적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대북소식통)는 분석이 많다.
일단 16일 적십자 접촉은 남북이 서로 필요로 하는 이산가족 상봉 확대와 대북 식량 지원 문제 등을 놓고 의사 타진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어차피 국장급 수석대표가 나서는 자리이므로 획기적 합의안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 등에서 눈길을 끌만한 양보안을 들고 나오지 않는 한 정부도 선뜻 식량 지원 약속을 내놓기는 힘들다. 차기 적십자회담 일정을 잡는 정도가 될 것이다.
특히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남북관계가 발전하려면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 핵 문제에 진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향후 고위급 남북회담이 열리면 북핵을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인 만큼 남북대화가 진행은 되더라도 단숨에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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