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들과 '괴물'을 통해 알고 있었던 한국에 오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영화로 가늠 했던 모습대로군요.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광들을 위한 영화제라 들었습니다. 같은 여정을 가는 사람들과 만난 듯한 기분입니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여배우 틸다 스윈튼(49)이 부산을 찾았다.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1동 센텀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첫 한국 방문이 다소 낯선 듯 상기된 얼굴로 질문에 답했다.
스윈튼은 1985년 영국 독립영화의 거장 데릭 저먼의 '카라바지오'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에는 '올란도'와 '영 아담',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콘스탄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얼굴을 알렸다. 지난해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돈과 지위만을 좇는 속물 변호사 역을 맡아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주로 유럽에서 활동해 온 그는 "최근 미국이라는 곳을 짧게 다녀왔다.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영화는 상당히 미학적"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볼 수 있었던 영화들이 매우 상업적인 영화임에도 대단히 예술적이었다"며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정이라는 것은 스타일에 있지 내용에 있지 않다'고 했는데 한국영화가 바로 그렇다"고 그는 덧붙였다.
20년 넘게 연기를 해왔음에도 그는 "배우로서의 삶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영화 제작자이고 예술가의 모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적을 뛰어넘어 활동해 온 그답게 "예술에 국가적 정체성을 규정 짓는 일은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제작비 지원으로 데릭 저먼과 9년 동안 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 영화들은 영국영화로 부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더욱 국제적으로 예술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고립은 예술가가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가 귀족가문의 귀부인으로 출연한 최신작 '아이 엠 러브'는 이탈리아 독립영화. 그는 "감독 루카 과다그니노와 11년 동안 영화를 준비했는데 오래도록 대화를 나눈 뒤 영화를 만들어서 좋았다"며 "차기작도 여러 영화인들과 긴 시간을 두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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