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를 통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러시아의 돌연한 태도 변화로 뒤통수를 맞았다. 미국은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 철폐라는 당근까지 미리 러시아에 건넸지만, 러시아는 선물만 챙기고 청은 들어주지 않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3일 러시아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회담 뒤 "새로운 제재로 테헤란을 압박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말로 추가 제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의 냉담한 태도에 미국이 받은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유엔총회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 제재는 불가피하다"고 언급, 기대감을 키웠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란의 최대교역국으로 대이란 협상의 최대 지렛대인 러시아의 이 같은 태도는 다른 다자회담 당사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국이 문제다. 현재 이란 내 석유, 가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은 경제적 손실을 우려, 제재안 반대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태도 변화는 미 국내적으로도 오바마 정부에 큰 부담이다.'MD 철폐는 러시아에 무릎을 꿇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던 공화당의 공세가 가열될 것이 확실하다.
러시아는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다자회담에서 이란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콤 지역 제2우라늄 농축시설 사찰을 허락했기 때문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BBC 방송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제재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은 미측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콤 시설의 존재에 놀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가 그간 이란 핵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이란 내 핵시설 건설과 핵심 기술 전수국으로서 이란 핵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제어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BBC는 "이란이 콤 사찰을 허용하자 러시아가 태도를 바꾸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은 1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측과 만나 제네바 합의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 내 제2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사찰은 25일 이뤄진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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